2025 서독제에선 개인의 내밀한 서사를 다룬 영화부터 사회적 담론과 장르적 실험을 이끌어낸 작품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였다. 올 한해에만 1805편이 출품됐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101편이 늘어난 수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출품된 장편이 215편에 이른다는 것이다. 2025년 서독제 보도자료집에 따르면 2021~25년 사이 출품된 장편영화 수는 고르게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지만 200편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업영화 제작이 위축되면서 연출자들의 새로운 창작의 통로이자 실험의 장으로 독립영화가 기능하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또한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 등 영화제가 영화를 상영 할 첫 관문이자 유통 창구로서 기능한다는 구조적 변화의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최종 상영작으로 선정된 43편의 장편은 주제 및 장르 면에서도 예년과 차이를 보인다. 2024년 장편부문에선 다큐멘터리가 강세였지만 2025년엔 극영화의 약진이 돋보인다. 올해도 가족, 성장 서사, 인권, 정체성, 환경,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주제 및 서사를 아우르고 있는데 와중에도 10대의 삶을 복합적인 방식으로 그린 작품들이 다수 감지됐다. 장편 경쟁부문에 오른 <산양들><레이의 여름방학> 외에도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호평받은 <여름의 카메라><지우러 가는 길><아코디언 도어><충충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언급된 작품들 모두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세대의 고민을 각자의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며 탐구해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예년에 비해 극장 혹은 영화에 관한 영화가 다수 등장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의 단편으로 구성된 <극장의 시간들>부터 해외 초청작인 <누벨바그><네 멋대로 해라><사무라이 타임슬리퍼><청춘강탈: 아무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2> 등을 꼽을 수 있다. 영화계와 극장의 위기론이 화두에 오른 만큼 영화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독립영화감독들의 영화제작을 지원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서독제의 목표 역시 강화된 모양새다. 독립영화 화제작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영화제의 특색을 지키면서도 2025년에는 월드프리미어, 코리아 프리미어 상영작의 수를 더 확대했다. 장편 경쟁부문에 오른 박세영 감독의 <지느러미>, 감정원 감독의 <별과 모래>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영화와 영화제 제작지원작의 결과 또한 가시적으로 감지되는 해였으며 제작지원작은 전체 장단편 상영작의 39%, 지역영화는 20%를 차지하며 자기 영역을 공고히 했다. 근 5년 사이 서독제의 상영작 중 여성감독의 비율은 2022년 48%를 제외하고 꾸준히 50%를 넘고 있는데 올해도 51%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서독제에서 신작을 선보인 여성 창작자들의 상업영화 진출 횟수 또한 더 늘어가길 바란다. 한해의 화두를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본선 단편 경쟁부문에는 총 35편이 초청됐으며 실험적인 연출을 꾀한 작품이 다수였다. 어려운 상황에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화들을 계속해서, 서독제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