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을 마치고 대구 금호강의 영상 기록을 요청받은 감정원 감독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강에 많은 것이 살고 있어 많은 이야기가 그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3년간 금호강을 기록해오던 그는 강가를 맨발로 밟고 강물의 품에 안기며 느낀 감각을 그러모아 밤에 습지를 그리는 세연(안수현)과 모래를 채집하는 재우(홍상표)를 통해 <별과 모래>로 살려내고자 했다.
- 금호강을 배경으로 강물처럼 흐르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찍으려고 했던 이유는.
22살부터 영화 현장에 있다 보니 일상적인 내 삶이 거의 없었고 영화 세계 이외에 뭔가를 느끼면서 살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강에 있는 시간 동안 몸으로 감각하는 경험은 생경했지만 온전히 살아 있다고 느꼈다. 즉각 떠오른 이미지와 감각을 1년 정도 품고 있다가 왠지 공사가 시작될 것 같아 두달 남짓한 사이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 영화에 죽음은 왜 그렇게 자주 등장하나.
삶의 화두 중 하나가 죽음이다. 죽음이 두렵다기보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시간에서 유일하게 정해진 일이라 편안하게 느껴진다. 죽음은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 그 땅에 살고 있던 수많은 생명이 어디론가 떠나거나 그곳에서 죽는다는 걸 알게 돼 죽음, 또 헌혈 같은 생명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영화 안에 들어왔다.
- 습지를 그리는 세연과 강의 모래를 팔고자 하는 재우는 함께할 수 없는 사이처럼 보였다.
지금 엔딩은 둘의 미래나 과거일 수 있고 또 다른 가족일 수도 있다. 원래 엔딩은 서로 갈 길을 가는 거였다. 최종 원고를 수정하며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영원히 선을 긋고 다른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둘은 함께할 수 없는 건가, 함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내 바람이 담겼다. 마음이 변할까봐 1회차에 엔딩 신부터 찍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지금 말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 도심과 습지 풍경을 담아내는 카메라에 시적인 데가 있다. <수학영재 형주>의 최창환 감독이 촬영을 맡았는데 이 시적 감각은 누구의 것이라 할 수 있나.
아마 우리 둘 다일 거다. 최창환 감독은 영화 작업을 오래 같이해온 동료이다. 첫 장편 <희수>촬영을 하기도 했고 영화뿐 아니라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눈다. 이 작품은 다큐 찍듯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공사가 시작된다는 정보를 듣게 되면 얼른 가서 촬영해야 하니 그런 호흡을 약속하고 프로젝트에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힘들어했다.
- 다음 영화는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일지.
3년 전부터 구상하던 것이 있는데 이제 시나리오를 쓸 때가 된 것 같다. 대구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다.
- 말에 ‘직감’과 ‘느낌’이 자주 등장한다. 혹시 꿈을 자주 꾸나.
대부분의 선택이 직감과 직관으로 흘러간 것 같다. 뭔가가 느껴지면 그렇게 행동한다. 이제는 그냥 믿기로 했다. 사흘 전에 어떤 꿈을 꿨다. 꿈에서 본 이 장면을 영화로 구현한다면 멋진 감독이 될 것 같을 정도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