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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금이야말로 한일 합작영화를 시작할 적기, 2025년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해외 교류 프로젝트: 한일 창작자 간담회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두 작품은 한일 합작 캐스팅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이들의 흥행은 한국과 일본 영화 사이의 교류가 전보다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니즈가 계속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난 12월2일, 서울독립영화제에선 해외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일 창작자 간담회’를 열었다. 일본과 합작에 관심 있는 창작자 및 프로듀서가 본인의 작업과 경험을 공유하며 교류하는 자리로 장건재, 김태양, 곽민승, 김록경, 정범 등 한국 독립영화 진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감독들과 이은경 미스터리픽처스 대표 등 영화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행사는 도에이 프로듀서인 오카다 와타루의 발제로 시작했다. 도에이는 일본의 3대 제작사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한국영화계와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곳이다. 오카다 와타루 프로듀서는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일 문화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짚으며, “지금이야말로 한일 합작영화를 시작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오카다 와타루 프로듀서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일본에서 영화를 제작할 때의 현실적인 장단점도 함께 전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2600억엔(약 2조4470억원) 규모에 이르는 일본 영화시장의 80%가 일본영화이고, 그 가운데 반이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 편중 현상이 강하며 “도호 제작사의 영화가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경향이 내년엔 더 두드러질 것”(오카다 와타루)으로 전망된다. 그 밖에도 스태프 수의 부족, 제작사의 권한 약화, 법적 규제, 보수적 투자 성향과 그에 따른 느린 의사 결정 등이 일본 영화제작 현장의 단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원작 및 리메이크 IP가 풍부하고 한국보다 배우 개런티가 적으며, 60~70대 관객층이 두터워 창작자가 다양한 주제와 시도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뒤이어 도에이와 협력해 <3mm의 사랑>을 제작 중인 제작사 아드레날린의 박준호 대표가 합작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도에이와 공동제작 파트너로 한국 제작을 진행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낀 고충을 전하며 “유럽의 경우 공동제작 기금을 받아서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이 찍을 수 있기에 활발한 국제 공동제작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 시스템이 없어 시장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라면 이런 기획과 공동제작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참가자가 각자 한일 합작 프로젝트를 둘러싼 의견을 말하는 시간이었다. <옥수역귀신>을 제작해 한일 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은경 미스터리픽처스 대표는 “큰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영화라면 대표가 결정하지만 중저예산 규모의 매력적인 영화라면 임원 선에서 결정이 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당시 일본 전통예술 전문 기업인 쇼치쿠에서 호러영화가 흥행을 성공시켰다는 맥락을 환기하며 “제작사의 경향 및 관객 니즈와 분위기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작자 사이에서는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함께 논의할 수 있냐’는 질문이 주로 나왔다. 수익 배분의 어려움을 포함해 촬영 중간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하려면 기획과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업영화가 기준인 규약 등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오카다 와타루 프로듀서는 네트워킹으로 신뢰 관계가 축적되면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함께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답을 남기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