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쇼와 하마구치 류스케 등을 필두로 한 일본 뉴웨이브 열풍이 이어지는 중이다. 2025년 칸영화제에 진출한 <르누아르>의 하야카와 지에 감독, <전망세대>의 단즈카 유이가 감독은 동시대 일본 독립영화에 새로운 이름이 계속 등장한다는 지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독립영화의 현황을 탐구하면서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돌아보는 ‘서울독립영화제 2025: 해외대담-일본 독립영화, NOW’가 지난 12월2일, CGV압구정 ART 2관에서 열렸다.
이번 대담에는 창작자 중에선 미니시어터 1개 관에서 상영을 시작해 300개 넘는 관으로 확장 상영을 하고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상을 타는 쾌거를 거둔 <사무라이 타임슬리퍼>의 야스다 준이치 감독, 미니시어터 시네마스코레의 비화를 담은 <청춘강탈: 아무 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2>의 이노우에 준이치 감독이 참석했다. 그 밖에 일본영화계 관계자 중에선 미니시어터 시네마스코레의 운영자이자 아이치여성국제영화제 디렉터인 기마타 준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해외 배급 담당자이자 서드 윈도 필름의 설립자 애덤 토렐까지 네명의 연사가 열띤 경험들을 나눴다.
대담은 일본 독립영화의 제작 환경과 제도적 지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노우에 준이치 감독은 일본의 경우 독립영화의 층위가 다양하긴 하나 ‘자주영화’ 혹은 ‘인디펜던트’라 불리며 큰 틀에서 ‘미니시어터에서 상영하는 영화’라 소개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독립영화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부재하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창작자가 자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감독과 스태프, 각본가는 영화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고 “영화를 위해 생활을 바치고 있”(이노우에 준이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자비로 <사무라이 타임슬리퍼>를 찍은 야스다 준이치 감독 또한 “서로 스태프로 상부상조하는 품앗이를 통해 겨우 제작을 이어가”는 열악한 현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대신 그는 창작자의 분산이 이뤄져 대안적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자국의 흑역사를 비판하는 주제의 영화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본은 그런 사례가 드물다”며 야스다 준이치 감독은 일본 정부의 보수적인 시스템을 비판하는 한편, 한국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일본 창작자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일본 독립영화 산업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기마타 준지 디렉터는 일본의 예술영화 소비자가 60~70대인 단카 세대에서 20~30대로 이동하는 중이며, “200석 이하의 미니시어터와 더불어 경영이 어려운 와중에도 50석 이하의 미니시어터도 생기기 시작하는 독특한 현상”을 짚어주었다. 애덤 토렐은 유럽 자본과 공동제작이 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편, 공동제작 영화는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려 일본에서 흥행이 어렵다는 한계를 짚었다. 한국의 경우 “영화 세일즈를 잘하지만 독립영화가 자생할 미니시어터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담이 끝나갈 즈음에는 일본 독립영화의 원동력에 관해 이노우에 준이치 감독은 “억압적 사회에 대한 저항”을, 애덤 토렐은 “영화에 관한 애정”을 이야기하면서 각자 영화 철학을 고수했다. 네 관계자는 각자의 언어로 극장과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당부하면서 대담을 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