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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화 담론의 지평이 넓어지기를 희망하며, 제3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평 - 우수상에 김연우, 최선

제3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에서는 최우수상 선정을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 27, 28, 29회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최우수상 없이 2명의 우수상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크고 작은 이유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평론들의 주제와 논지가 유사해졌다는 점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올해는 특히 미겔 고메스 감독의 <그랜드 투어>, 소라 네오 감독의 <해피엔드> 등 특정 영화에 대한 쏠림이 심했던 탓에 전반적인 주제와 논지가 유사해진 측면도 있다. 이는 <씨네21> 영화평론상 입장에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며 앞으로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74편의 응모작이 모였고 예심을 거쳐 총 9편을 최종 심사했다. 김예솔비 영화평론가, 장병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 조현나 <씨네21> 기자,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이 심사에 참여했다. 개별 영화에 대한 관찰과 호기심에서 출발한 성실한 분석도 적지 않았지만 “개념이나 이론적인 틀을 가져와 명확하게 규정하고 연결시키는 글이 드물다는 게 아쉽다. 현장 비평의 역할을 염두에 둔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올해 역시 자신만의 시선을 드러낼 의지와 과감성에 무게를 싣고 심사를 진행했다.

우수상 당선자 김연우씨의 이론비평 ‘퀴어한 상상의 힘-<올 오브 스트레인저스>(2023)과 <빛나는 TV를 보았다>(2024)를 중심으로’는 의제 설정이 다소 포괄적인 면이 있지만 촘촘하고 안정적인 논지 전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작품비평 ‘상호 관계성을 인식하는 예술의 파동, <해피엔드>(2024)’는 평이한 주제와 익숙한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또 한명의 우수상 당선자 최선씨는 반대로 작품비평이 호평을 받았다. <브루탈리스트>를 노출과 감춤의 관계로 풀어낸 이 글은 명료한 주제와 정확한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블레이드 러너 2049> <공기인형> <미키 17>을 엮어낸 이론비평은 안정적이지만 독창적인 시선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당선자의 글은 자신의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을 안정감 있게 풀어내며 앞으로의 글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올해는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에 빠트린 4명의 필자들의 글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다. 정우성씨는 미겔 고메스의 영화 세계에 대한 과감한 글을 선보였지만 이론과 개념을 다소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는 아쉬움과 함께 거친 전개가 발목을 잡았다. 한편 <해피엔드>로 이론비평을 쓴 이모세씨의 글은 독창적인 주장과 색다른 시선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작품비평과 이론비평의 구분이 모호했고 여러 형식적인 요건을 지키지 못한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올해 역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인 필자들이 다수 응모했지만 지난해보다 신인의 비중이 확연히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응모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영화비평이라는 지난한 작업을 이어가는 모든 분들에게 앞으로도 <씨네21>이 자리를 지키며 함께하겠다는 수줍은 약속과 함께 응원을 보낸다.

*이어지는 글에서 당선자 김연우, 최선의 작품, 이론 비평과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