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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를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는 글을 쓰고 싶다, 우수상 당선자 최선

영화를 보고 나니 (내 안의) 말이 흘러넘쳐 글로 옮긴다. 어쩌면 영화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영화를 향한 최선 당선자의 마음은 단순하다. 나에게 의미로 다가온 것들을 솔직하게, 자신의 언어로 옮기는 것. 물론 무작정 쏟아내는 것에서 멈춰선 안된다. 쏟아낸 마음을 깎고 다듬어 영화와 해석 사이 의미를 발생시키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 모든 과정을 사랑할 때 마침내 온전한 대화가 시작된다.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당선자의 포부가 그 어느 때보다 미덥다.

- 당선 축하드린다.

꾸준히 해오던 작업의 응답을 받은 거 같아 감개무량하다. 당선 전화 받기 전날 길몽을 꿨는데, 당선될 거라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복권을 사려고 했다. (웃음) 전화 받을 때 <시네마 천국> 재개봉 때 특전 포스터를 주는 곳이 없나 검색 중이었는데, 그게 당첨이 아니라 당선 꿈이었다니! 행복하고 무섭고 떨린다.

- 소설 습작을 꾸준히 해왔다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석사과정을 마친 후 꾸준히 소설을 써왔다. 작품을 탈고한 후 신춘문예에 투고하기 위해 우체국에 다녀오는 게 나에겐 작업을 마쳤다는 하나의 의식이다. 나를 향해 쓴, 내 안에서 맴도는 글을 독자에게 선보이는 과정과 비슷한 감각이랄까. 평론은 소설과 병행해서 쓴다. 소설을 쓰고 나면 꼭 평론을 한편 쓰는 루틴을 세웠다. 한 가지만 들여다보면 매몰돼 시야가 좁아지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른 결의 문장을 쓰다 보면 자신의 호흡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독학으로 공부한 거라 확신이 없을 때가 더 많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쓰지 않을 수가 없다.

- 영화를 글로 쓰는 작업은 기쁨과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 감정들이 글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다.

한번도 목적 지향의 글을 쓴 적은 없다. 그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쏟아지는 말을 그 자리에서 받아 적은 뒤 시간을 두고 고쳐나간다. 기록하고 고치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내 안에 뭔가 자리가 잡히는 게 느껴진다. 희미한 궤적이 그려지는 것 같다. 물론 하고 싶은 걸 한다고 좋은 감정만 유지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쓰지 않는 게 더 고통스럽기 때문에 뭐라도 써야 한다. 나 혼자 쓰던 글이 드디어 회신이 온 것 같아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 이론비평으로 <블레이드 러너 2049>와 <공기인형> <미키 17>을 연결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좋아한다. 경계 없는 무한한 세계는 두려움과 경이를 동시에 안긴다. 출구가 없어 보이지만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느낌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작품비평으로 쓴 <브루탈리스트>는 전체적으로 좋은 점이 더 많았지만 아주 사소한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럴 때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다. 글로 풀어내고 싶은 무언가가 발생한다.

- 앞으로 <씨네21> 지면을 통해 어떤 글을 선보이고 싶나.

창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작게라도 의미를 남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영화에 대해 잘 알거나 모르거나 관계없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아우라를 글로 옮기고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서 느낀 것들을 대신 전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경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더 냉정하고 날카로운 글을 쓰고자 의식한다. 지면에 실렸을 때 책을 읽다가 멈출 수 있는, 몇줄 읽었을 때 끝까지 읽게 되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