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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앵글도 소중히, 피에르 앙제뉴 트리뷰트 ‘스페셜 인커리지먼트’ 수상자 조은수 촬영감독

“지난 3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칸영화제 참석 여부를 묻는 메일을 받았다. 영광스러우면서도 재능 있는 젊은 촬영감독들이 많은데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싶더라. 그런데 여자 동료, 후배들이 소식을 공유하며 좋아하는 걸 보면서 그들이 힘을 얻을 본보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다.” 그렇게 긴장과 기대감을 안고 조은수 촬영감독은 제78회 칸영화제를 찾았다. 촬영감독에게 헌정상을 수여하는 피에르 앙제뉴 트리뷰트에서 조은수 촬영감독은 차세대 촬영감독을 조명하는 올해의 스페셜 인커리지먼트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수상의 영예와 함께 특별 지원금이 전달된다. 극영화 외에도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가 처음 촬영감독의 꿈을 꾸게 된 것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부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9년에 곧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다. 앞에 나서서 여러 제작진을 아울러야 하는 연출보다 감독 옆에서 긴밀하게 합을 맞추는 촬영감독이 내게 더 잘 맞았다.” 졸업 후 <오! 브라더스> 촬영부를 거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 진학했다. “전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생각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기회가 됐다.” 시나리오보다 자신이 촬영한 영화가 더 재밌어야 한다는 모토로 “시나리오의 틀 안에서 여러 가능성을 탐구”하길 즐긴다고 조은수 촬영감독은 말한다.

©PAULINE MAILLE

이러한 그의 즐거운 고민은 촬영감독으로서의 첫 극영화 입봉작인 <해어화>에서도 이어졌다. “크레인에 올라 촬영 준비를 할 때였다. 카메라앵글을 살짝 틀었는데 그에 맞춰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가 자리를 정리하는 걸 봤다. 한 앵글도 소중히 잡아야겠다는 책임감을 절감한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넷팩(NETPAC)상을 거머쥔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또한 그에게는 각별한 현장이었다. “캐나다의 다큐멘터리 전문 촬영감독 아이리스와 공동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감독이 두명인 현장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돼 고민했는데 아이리스가 먼저 ‘너의 의견을 중시하겠다, 같이 이 작품을 잘해내고 싶다’고 말해 결국 합류했다. 다큐멘터리를 오래한 감독이라 주어진 상황에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났고 정말 많이 배웠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도 두 촬영감독의 시너지효과가 훌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아봐주는 이들이 있구나’ 싶어 기뻤다고. 조은수 촬영감독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킬링 타임> 촬영을 마쳤고 현재 해외 감독들과의 협업을 논의 중이다. “촬영감독을 꿈꾸는 여자 후배들이 편견에 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여성 스태프들이 중성적으로 행동하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원 여성 스태프로 꾸린 <마지막 해녀들>처럼 오히려 여자 촬영감독을 원하는 현장도 있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자신의 감각과 능력을 잘 발휘해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도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