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마일>을 타고 흐른 밈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배우 오마 벤슨 밀러가 <씨너스: 죄인들>의 콘브레드 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특징을 넘어 <씨너스: 죄인들>이 품은 메시지가 무엇인지까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명강사였다.
- 이번 내한의 소감은.
<8마일>의 내 모습을 그렇게 좋아해주고 있을 줄이야! 벌써 20년이 넘은 작품인데 아직도 나를 알아봐주고 응원해준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고 감사했다. 영화는 ‘소모성 콘텐츠’가 아니다. 30년 후에도 지구 반대편의 한국 팬들과 나의 유대는 이어질 것이다. <씨너스: 죄인들> 역시 그렇게 유의한 작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어떤 부분에서 개인적 소회가 깊은지.
할아버지께서 영화의 배경인 1930년대 미시시피에서 사셨다. 난 할아버지가 그곳에서 사시며 겪은 이야기와 시대의 풍광을 간접적으로 물려받았다.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내가 맡은 콘브레드에 많이 반영했다. 할아버지는 정말 아내와 아이들에게 헌신적이셨고 그들을 존중하셨다. 콘브레드도 처음엔 스모크 형제의 제안을 거부하려 했지만 아내의 권유에 두손을 들지 않나. (웃음)
- 다만 콘브레드의 그러한 선택이 비극을 몰고왔다.
그 지점이 <씨너스: 죄인들>의 핵심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는 선택이 개인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씨너스: 죄인들>은 초반 1시간까진 따스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후엔 외부의 침입자들로 인해 공동체가 공격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쁜 의도를 지닌 세력이 어느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건 괴물이나 흡혈귀, 특정 인종에 국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숙고해야 할 보편적인 주제다.
- 뱀파이어가 된 콘브레드나 아일랜드 출신의 뱀파이어 렘믹은 주인공들이 있는 주크 조인트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을 자꾸만 설득한다. 왜일까.
악과 유혹, 위험한 무언가는 결국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존재하는 요소들이다. 달콤한 쿠키가 보기엔 좋아도 몸에 안 좋은 것처럼 말이다. 어둠이 우리 곁으로 교묘하게 다가오면 우리는 어느새 그 어둠을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어둠을 숨기려 한다. 뱀파이어들이 인간인 척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일도 자신의 어둠을 숨기기 위해서다.
- 공동체, 악, 평화를 복합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영화 내내 어른들은 새미(마일스 케이턴)를 지켜준다. 필요할 때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를 지킨다. 아이는 희망의 상징이고, 우리는 모두 내일을 바라봐야 한다. 인류는 모두 닮아 있다. 마을을 이루고, 가족과 함께하며, 누구나 속으론 평화롭고 정의롭게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인간의 조건을 되새길 수 있도록 <씨너스: 죄인들>이 전세계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