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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백덕수’라는 현상,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를 통해 바라본 웹소설의 가능성

올해 4월,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커피’ 앞에 펼쳐진 오픈런에는 몇 가지 특이 사항이 있다. 이 풍경을 들여다보기 위한 첫 번째 질문. 프랜차이즈 카페 이벤트에 오픈런이 드문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리지널 MD 상품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은 시즌별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이디야커피가 내세운 것은 프랜차이즈 MD 상품이 아닌, 아이돌 포토카드와 아크릴스탠드, 피규어 마그넷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 아이돌 굿즈를 얻기 위한 오픈런은 드문 일일까? 역시나 그렇지 않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아이돌은 현실 세계에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웹소설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이다. 웹소설 <데뷔하지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의 보이그룹 테스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이디야커피와 웹소설 <데못죽>의 컬래버레이션 성과는 기록적이다. 포토카드 2장을 랜덤으로 증정하는 포토카드 세트는 출시 사흘 만에 10만 세트가 판매됐고, 아크릴 세트와 피규어·슬로건 세트로 구성된 한정판 컬래버 굿즈는 4분 만에 품절됐다. 아이돌 테스타가 작품 내에서 정식 데뷔하는 시점에 진행된 이벤트였던 만큼 원작 팬들은 실제 아이돌이 컴백하는 것처럼 발빠르게 카페를 찾고, 인증 문화를 통해 자발적인 바이럴을 이끌었다. 4년차 공시생 류건우가 박문대의 몸으로 눈을 뜨면서 365일 안에 아이돌 데뷔를 해야만 살아남는다는 <데못죽>의 기본 설정은 웹소설의 굵직한 문법인 회빙환(회귀·빙의·환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데못죽> 이후 또다시 ‘오타쿠 대통합’을 이룬 차기작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이하 <괴출>) 역시 그렇다. 괴담 판타지 팝업스토어에 갔다가 진짜 괴담 세계관으로 빨려 들어간 주인공 김솔음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괴담 미션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현실에서 아이돌 ‘찍사’로 돈을 벌어본 경험 덕에 K팝 시장을 잘 알고 있는 류건우와 원래부터 괴담 창작품에 빠삭한 김솔음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던져진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다른 인물들보다 숙련된 처세술과 전략적 활보로 모든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한다. 처음이지만 사실상 2회차 인생이나 다름없는 주인공의 극적 승리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보장받는 회빙환의 특성을 생각하면 <데못죽>과 <괴출> 역시 본장르가 지닌 안전한 재미를 취한다. 하지만 두 작품은 평화로운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웹소설의 전통적인 문법과 미덕을 따르면서도 <데못죽>과 <괴출> 고유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탈선한다. <데못죽>과 <괴출>의 어떤 특징이 넓은 팬덤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이 호응 안에는 어떤 대중적 서브텍스트가 담겨 있을까. 두 작품은 웹소설의 다양성을 어떻게 넓혔을까. 지금 2025년, 웹소설 IP의 원형적 가능성을 예견하기 위해 백덕수 작가의 트랙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데못죽>과 <괴출>의 기록들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백덕수 작가를 하나의 신드롬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이 이끌어낸 문화적·산업적 성과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2021년 1월, 카카오페이지에 처음 연재된 <데못죽>은 초반부터 젊은 구독층의 선택을 받으며 2025년 7월 기준 국내 누적 조회수 약 6억5천회를 달성했다. 2023년 완결된 이후에도 카카오페이지 2024년 리포트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작품’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데뷔를 해야만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다급한 설정에 맞추어 박문대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재상장! 아이돌 주식회사>에 참가한다. 회귀의 시점은 3년 전. 이미 과거 정보와 데이터를 기억하는 그는 곳곳에 도사린 문제나 돌발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결국 1위의 성적으로 데뷔한다. 특히 재빠르고 똑똑하게 악마의 편집을 피하는 모습은 실제 아이돌 서바이벌의 생태를 떠올리게 하며 과몰입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데못죽>은 K팝 문화를 몸소 경험해온 고관여 팬층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일반인까지 넓게 가닿았고, 10~30대의 넓은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웹소설 시장에서 항상 새로운 소재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데못죽>은 아이돌 데뷔라는 친숙하고도 새로운 소재를 회빙환에 접목하며 소재 다양성에 기여했다. 이러한 신선한 시도는 산업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뿐만 아니라 데뷔 작가의 작품이 다양한 독자층에 쉽게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데못죽>은 2023년 5월,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웹소설·웹툰 IP 최초의 사례다. 게다가 행사 기간 내 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은 50만원, 최종 방문자 수는 약 2만명으로 집계된다. 수치만으로도 뜨겁고 북적였던 행사에 관해 하덕호 KW북스 IP 사업팀장은 “팝업스토어가 작품의 흥행을 판단하는 기준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예산·절차·협업 과정 등을 생각할 때 온전히 좋은 마음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데못죽>은 작품의 인기와 몰입도, 온오프라인 팬덤 반응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팝업스토어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픈런도 뜨거웠다. 새벽부터 줄을 선 인원은 2천여명. 800여명에 달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오픈런 대기자 대비,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첫날에는 더현대 서울에서부터 여의도역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되는 거리만큼 줄이 이어졌다. 인파에 호기심을 갖고 방문했다가 도리어 작품에 새로이 유입된 경우도 생겨날 정도였다. 이러한 오픈런 풍경에 많이 놀라고 감사했지만 발행사측에서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앞으로의 이벤트에서 팬들의 편의를 모색할 방법을 계속해 논의하고 있다.”

<데못죽> 팬덤의 특징은 실제 아이돌의 팬덤 문화를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굿즈를 기획할 때에도 아이돌 문화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굿즈는 단연 아크릴스탠드다. 아이돌인 만큼 멤버별 일러스트가 선명히 드러나는 비주얼 중심의 굿즈를 많이 선호한다. 이외에도 멤버별로 향수를 개발했다. 최애에게 어울리는 향기를 매치하는 것은 많은 아이돌 팬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백덕수 작가와 함께 테스타 멤버들에게 어떤 향이 어울리는지 논의했고 병의 형태, 무게감, 패키지까지 기획했다.” 향을 맡는 순간 팝업스토어의 기억과 <데못죽>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세계관을 연결, 확장한 셈이다.

<데못죽> 이후 차기작 <괴출>은 일명 ‘오타쿠 대통합’이라 불린다. 각종 장르의 덕후들이 김솔음의 괴담 모험기를 함께하길 자처한다. <괴출>은 정식 연재 시작 5일 만에 2024년 카카오페이지 최단 기간 밀리언페이지를 달성했고, 판현무(판타지·현대판타지·무협) 장르 기준으로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밀리언페이지’란 100만명 이상의 독자가 열람했거나 누적 매출 100만달러를 기록한 작품을 일컫는 카카오페이지의 브랜드다.-편집자). 모든 성취는 현재진행형이다. 2025년 7월 기준, <괴출>은 누적 조회수 1억9천만회, 댓글 30만건을 기록했다. 첫 공식 굿즈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받은 것을 재현한 ‘백일몽 주식회사 입사 키트’는 총 1만 세트가 판매되며 5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 9월에는 전시도 예정돼 있다. 하덕호 IP 사업팀장은 “주인공처럼 실제 관람객이 그 세계관 안으로 ‘떨어지는’ 듯한 몰입을 이끌어내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하나의 서사를 따라가는 스토리 체험형 공간으로서 머릿속에 상상해온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할 예정이다. 운영 기간도 비교적 넉넉하게 진행된다.

2차 창작, 생동하는 팬덤이 세계관과 함께 호흡하는 법

두 웹소설을 향한 대중의 환호를 산업적 측면으로 분석하기 위해 유통플랫폼 및 산업관계자에게 흥행 요인에 대한 분석과 소감을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 모두 고사되었다. 특정 작품에 공식 입장을 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신중함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이 조심스러운 거절에도 현재의 열기를 설명하는 맥락이 일면 담겨 있다.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팬덤 반응에 유통플랫폼과 출판사는 공식 표명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뜨거운 팬덤 반응은 여러 기능적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2차 창작의 영역이 있다. 2차 창작은 단순히 원작을 따라 그리는 (혹은 쓰는) 행위 이상을 일컫는다. 그보다는 원작이 말해주지 않는 작은 빈틈, 그것을 파고들어 기발하고 새로운 상상을 제안하고 세계관을 생명력 있게 넓혀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결고리가 없던 두 인물이 가까워지는 상황을 제시하거나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놓인 인물들을 상상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괴출>은 어떨까. <괴출>은 어떤 유동성과 창작 탄력성을 잠재적으로 끌어안고 있을까.

보다 현실적인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실제 팬픽·일러스트·만화 등 다양한 형태로 <괴출> 2차 창작물을 만드는 팬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괴출>의 에피소드 내용이 괴담으로 구성돼 있다는 특징을 짚었다. 보다 상세한 <괴출>의 줄거리는 이렇다. 본래 괴담 창작물 <어둠탐사기록>을 좋아하는 김솔음은 관련 팝업스토어에 갔다가 괴담 세계관에 빠지고 만다. 눈을 떠보니 마주한 곳은 백일몽 주식회사. 괴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모아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이곳에서 직원들은 목숨을 내건 업무를 시작한다. 마치 변호사가 사건 의뢰를 접수하듯, 의사가 수술을 하나씩 집도하듯 이곳의 사람들은 괴담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 근데 김솔음이 애초 즐겨 읽었다는 <어둠탐사기록>은 비유하자면 일종의 나무위키 같은 것이다. 온라인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소스로서 원형 이야기에서 파생된 각종 괴담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몇 가지 패턴이 생겨난다. 크게 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각각 단일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뉘어질 것, 서로 다른 괴담을 설정할 것. 그리고 여기서 팬들이 개입할 빈틈이 생겨난다. “솔음이가 괴담에 들어갔다가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게 기본 골자이기 때문에 팬들은 또 다른 괴담을 창작해서 솔음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상상한다. 만화든 팬픽이든 이런 형식이 많다. 솔음이가 작품 안에서 읽었던 <어둠탐사기록>이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거다.”(팬 A씨)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가 연결되길 바라는 사람들, 혹은 그가 경험하길 바라는 것들을 괴담 형식으로 풀어내며 세계관 속 풍경이 현실에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적극적인 사랑과 가상적 변주가 원작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점을 생각하면 <괴출>은 분명히 팬들과 나아가고 있다.

웹소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2차 창작 내 특징도 있다. 글로 표현되는 인물 묘사에 따라 머릿속에 서로 다른 얼굴을 상상하는 것. 그 묘사가 축약되면 될수록 팬들은 자신의 상상을 더 크게 펼친다. “곽제강이라는 인물은 작중에서 묘사가 크게 없는 편이다. 그러자 독자들이 장발을 상상하거나 안경을 씌우면서 정말 넓은 스펙트럼의 인물이 만들어졌다. 슬픈 일화도 있다. 각자 자유롭게 인물들을 그려왔는데 어느 날 상상과 다른 묘사 혹은 삽화가 나오면 모두 웅성거리다가 이전 그림을 삭제하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날아간다. (웃음)”(팬 A씨)

물론 2차 창작의 그림자도 있다. 작중 등장하는 아이템이나 상징물을 실물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는 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브라운. 김솔음이 정장 앞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토끼 키링은 그의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다. 팬들은 브라운을 향한 애정에서 실제 키링으로 만들었지만 조금씩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단순 팬덤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본격적인 수익 활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괴출> 팬 B씨는 2024년 11월의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일명 ‘업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작에서 묘사된 모습 그대로 구현하거나, 혹은 상상을 더했다. 후자는 2차 창작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아슬아슬해진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굿즈는 실제 행정기관 로고와 유사한 모양을 넣어 만들었다.

그 시점엔 공식 굿즈가 따로 없다보니 그게 진짜 공식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몰입은 팬덤의 중요한 놀이 재료지만 비공식 굿즈가 위치해야 할 그레이존의 미덕을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KW북스에서는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두 차례 발표했다. 2024년 11월, 2025년 5월. 팬덤 놀이문화의 방향성과 범주를 지정하는 것은 그간 아주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흔한 일도 아니었기에 놀라움 섞인 주목을 받았다. 하덕호 사업팀장은 “자발적인 2차 창작은 산업적 측면에서 무척 중요하지만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흐름은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팬덤 내 분위기도 흐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MZ 세대에게는 자유로운 놀이터가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공간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게 지금의 2차 창작 영역이다. 하지만 원작 속 아이템이 그대로 굿즈화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도리어 원작사가 그것을 눈치보는 다소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시중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비공식 굿즈이지만 팬들의 뇌리에 처음 각인된 순간 그것이 공식 굿즈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보다 건강한 팬덤 문화를 위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두 차례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에 과열되었던 굿즈화 풍경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문제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렸던 팬들의 참여와 해당 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용한 원작사의 유연한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팬들은 여전히 백덕수 작가의 빈틈 속에서 자유롭게 상상하지만 보다 안전하고 무탈한 환경을 딛게 되었다.

슈퍼 IP, 백덕수만이 이끌어내는 것

백덕수 작가가 상상한 세계는 언뜻 절멸의 세상인 것처럼 보인다. 아이돌 데뷔라는 다소 산뜻한 목표에서도 목숨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각종 괴담의 그로테스크한 상황 묘사는 공포영화처럼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희망을 찾는다. <괴출>의 주인공인 김솔음이 엄청난 겁쟁이라는 설정은 독자를 단순히 ‘나와 같은 쫄보’라는 공감대에만 머물지 않게 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직원들을 목격하고 자신의 시신을 손수 뒤적거리는 일에 덜덜 떨면서도 그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낸다. 공포와 두려움은 그의 주된 감정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다. 무서워서 타인을 버리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타인을 끌어안는다. 가장 어두운 형태로 다가오는 희망. 어떤 위기 앞에서도 백덕수 작가가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그는 인물 사이에 흑과 백, 명과 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긋지 않는다. 백덕수 세계관에서 오늘의 기분 나쁜 동료는 내일의 은인이다. 참가자의 목을 죄책감 없이 텅텅 날려버리던 <화요토크쇼> TV맨은 결국 오늘날 솔음과 다양한 감정을 나누는 브라운이 되지 않았던가(믿을 수 없는 일이다). 월~금 매일 공개되는 밭은 연재 주기에도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 건 짧은 호흡으로 예측불가한 다음 위기들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이 생동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미디어믹스 제안도 따르고 있다. “<데못죽>은 물론 <괴출>에 웹툰, 애니메이션, 시리즈, 게임 등 다양한 제안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미팅을 거치며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어떤 미디어 형식으로든 접목될 수 있는 웹소설 IP의 장점을 살려 가능성을 살피는 중이다.”

사진제공 KW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