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합류했음에도 희원은 독자(안효섭), 상아(채수빈), 현성(신승호), 길영(권은성)의 곁을 든든히 지킨다. “처음부터 친구로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임에도 특유의 “의리와 정의감”(나나)에 기반해 그는 온 힘을 다해 새로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과거 스토리와 외형까지 철저히 파고든 뒤 배우 나나는 글 속에 존재하던 희원을 실존하는 인물로 완성해냈다.
- <전지적 독자 시점>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주체성이 강한 캐릭터들을 욕심내왔고 희원 역시 그중 한명이었다. 강렬한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전지적 독자 시점>과 같이 판타지 요소가 섞일 때 더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있고 대중을 설득하기도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 희원은 유독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말수도 적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는 캐릭터였다.
필요한 경우 외엔 말을 아끼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유형이다. 자신의 상처도 잘 드러내지 않는데 오히려 그래서 희원의 전사를 깊게 들여다봤다. 본래도 특정 경험이나 살아온 환경, 트라우마가 캐릭터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맡은 인물의 배경을 주시하는 편이다. 희원이가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이 복수를 행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 친구를 잃어봤기에 새 동료를 만드는 걸 주저할 법도 한데 독자와 상아, 현성, 길영과 빠르게 가까워진다.
희원이 편의점에서 친구를 잃고 공격당했을 때 스스로를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 자신을 구해준 동료들은 생명의 은인과 다름없으니 자신이 살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저들을 살려야겠다는 의지로 함께했을 것이다. 충무로역에서 화룡과 싸울 때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희원이가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사다.
- 희원의 의상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잘 어울리면서도 개성이 드러난다. 가령 독자나 상아처럼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달까.
내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희원이는 검을 쥐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액션이 돋보일 만한 스타일링에 공을 들였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연들은 평범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튀지 않는 선에서 활동성이 좋고 손의 움직임이 잘 보일 법한 의상들을 골랐다.
- 정윤헌 무술감독이 희원의 액션은 “화려하면서 화려하지 않은 듯한, 거친 모습을 찾아가려고 했다”고 말하던데 준비가 어렵진 않았나.
정말 재밌었다. 몸을 쓰면서 오히려 에너지가 상승하는 느낌이 들었고, 되돌아봐도 다시 촬영하고 싶을 정도로 즐기면서 했다. 희원은 양손으로 검을 잡기 때문에 한손으로 검을 쓰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검을 쥐고 액션을 하는 게 처음이라 기본기 연습에 공을 들였고 움직일 때의 몸의 선과 동선도 신경을 많이 썼다.
- 특히 어느 신이 즐거웠나.
아무래도 금호역 신이다. 몇번의 합을 맞췄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고난도의 액션이었는데 계속해서 와이어를 타고 동선의 디테일을 맞춰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이 명확했고 나의 욕심도 어마어마했다. 어떻게든 상상 속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어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 크리처를 상상하며 움직이는 건 어땠나.
촬영 들어가기 전엔 어려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지고 더 자유로워졌다. 감독님이 액션에 관한 내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셨고, 최소한의 동선만 맞춘 뒤엔 연습한 동작을 상상한 대로 구현할 수 있어 재밌었다. 내가 몸을 쓸 때 오히려 에너지가 생긴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다.
- <전지적 독자 시점>의 인물들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갖고 싶나.
예지력! 지극히 현실주의자인데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현재를 무척 재밌게 살아갈 것 같다. 내 운명을 미리 보고 하나하나 원하는 대로 결정해나가면 정말 신나지 않을까.
- 예정된 여러 편의 차기작들이 있다.
<스캔들>이라는 사극과 드라마 <클라이맥스>를 동시에 촬영하고 있다. 모두 처음 시도하는 캐릭터라 희원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