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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객의 시선을 담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배우 채수빈

<전지적 독자 시점>의 유상아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김독자(안효섭)와 달리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건 게임 같은 미션에 휩쓸린다. 대개 이런 장르에서는 기능적으로 쓰이게 마련인 캐릭터일 수 있는데 상아는 좀 다르다. 독자의 직장 동료로서 그의 옆에서 독자가 도덕적 딜레마에 놓이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현실적인 위로와 조언을 해주는 인물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 <하이재킹> 이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한 이번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채수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영화의 관객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한다.

- 웹소설이 원작이고 또 웹툰으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인기 IP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작품에 대한 인상이 어땠나.

<셰익스피어 인 러브>란 연극에 참여하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언제나 새로운 작품 제안이 오면 캐릭터나 이야기에 끌려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엔 완성된 영화를 빨리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만큼의 기대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짧은 시간 내에 결말까지 읽었다. 다 읽자마자 꼭 연기하고 싶었다.

- 평소 게임이나 판타지소설 같은 장르물을 즐기는 편이었나.

거대한 세계관을 펼쳐놓는 이야기를 늘 좋아했다.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 <아바타> 시리즈 같은 판타지영화도 즐겨본다. 사실 게임은 익숙하지 않다. 어릴 때 쥬니어네이버에서 서비스되던 라면 끓여주기 게임 같은 걸 하면서 소질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웃음) 나를 사로잡았던 건 그 게임 안의 이야기였다.

- 그럼 <전지적 독자 시점>의 유상아란 인물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 읽었고 원작과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고 느꼈다. 내가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는 시나리오에 있으니까 오히려 새롭게 인물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내게 유상아는 현실에 있는 관객이 소설 속 세계로 갑자기 들어가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를 대변하듯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상아의 의상도 평범한 컨셉이 중요했다.

- 영화가 철저하게 김독자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상아가 어떤 생각을 갖고 미션에 임하는지, 애초 저런 스킬은 왜 선택했는지 등에 대해 다른 인물에 비해 설명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상아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라 너무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상아가 어떤 스킬을 갖게 됐는지, 어떤 배후성을 선택하게 되는지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는 건 실제로 상아의 역할이 영화를 보며 혼란스러운 관객의 시선과 같기 때문이다. 처음엔 스스로 자신의 능력치가 파악이 안되다가 서서히 알게 됐을 것이고 스스로 깨닫게 된 능력으로 주변 동료들을 치료해주고 도와주게 된다.

- 한국영화로서는 꽤 도전적인 시도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CG로 뒤덮일 정도인데 그만큼 시나리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았을 것 같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어떤 영화 현장이건 촬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엔 명확히 콘티대로 진행됐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모든 배우들이 정확한 동선을 지켜가면서 연기했기 때문에 오히려 시나리오와 달라진 점은 없었다.

- 어떤 영화에서도 해보지 못한 액션 연기를 해야 했을 텐데.

학교 다닐 때 오래달리기를 하면 늘 전체 중 뒤에서 두 번째였다. (웃음) 그런데도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스쿨 가서 훈련하고 무술 연습하면서 준비했다. 체력이 달리다 보니 너무 힘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죽기 살기로 버텼다. 뛰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풀숏이 많으니까 한명이 틀리면 모두가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전력 질주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동료들에게 의지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려고 노력한 현장이었다. 내가 알기론 전부 내향형(I) 배우들인데 오래 같이 촬영하다 보니 너무 가까워져 친구처럼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