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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능동적인 자기 PR의 귀재가 된 신인배우들 - SNS 활용해 셀프 PR하는 개별 사례 리포트

위기는 곧 기회다. 뉴미디어 시대 배우들의 자기 PR은 오디션에 참여하고 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필 투어나 오디션에선 정확히 원하는 이미지의 배우가 있어 내가 그에 맞지 않으면 빠르게 패스되지만” (우서연), “SNS를 통해선 나를 각인시킨 뒤에 알맞은 역할에 나를 떠올릴 수 있게끔”(한이원) 한다는 이점이 있다. 남들이 잘 모르는 신인, 무명이라는 수식어에 위축되는 대신 이들은 스스로의 매니지먼트사가 되어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조금씩 인지도를 얻기 시작하며 캐스팅 제의라는 긍정적인 결과까지 도출해내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주요 SNS의 특성을 이용해 자신을 홍보 중인 세 배우들과 함께 현시대 배우들의 자기 PR 개별 사례를 살펴보았다.

내가 자기 PR을 시작한 이유

배우 우서연의 인스타그램 ‘무명 배우의 하루’ 영상.

우서연 연기를 늦게 시작한 비전공자다. 처음엔 열심히만 하면 상업작과 독립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답답했고, 역으로 내가 나를 알려서 필요한 자리에 우서연이란 배우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한이원 유튜브에 연기 연습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데 주변에서 다른 콘텐츠도 같이 올려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콘텐츠를 다양화하면서 나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배우 이도연의 틱톡 ‘자기 소개’ 콘텐츠.

이도연 올해 유독 오디션도, 촬영도 없어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아무리 배우가 기다리는 직업이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우울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건 결국 자신이기 때문에 이제 내가 나를 밀어줄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업켸 플레이어 공략을 동시에

72.2만회, 93만회(7월30일 기준). ‘오디션을 보는 무명배우의 하루’를 기록한 영상, ‘상업드라마에서 연락이 왔다’는 영상의 조회수다. 인스타그램으로 자기 PR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배우 우서연을 저점매수하세요’라는 문구와 관련 영상이 큰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상에 이미지와 영상을 올려 꾸준히 알고리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방식이 통한 것이다. 여러 SNS 중 인스타그램을 택한 이유는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휴대폰으로 가볍게 찍고 편집해 올리기가 편리했고 그 방식이 나에게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영상에 악플이 달린 적이 있어 잘 활용하지 않게 됐다고.

처음에는 “이미지 소비와 실질적 캐스팅 기회가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앞서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데에도 1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반응이 좋은 현재로선 팔로워와 업계 관계자에게 다각도로 소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색 중이다.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일상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팔로워들이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더 나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주로 올린다. 또 업계 관계자들이 볼 것을 고려해 연기하는 모습, 의상에 따른 이미지 변화 컷을 올린다.” 최종 목표가 인플루언서가 아니기 때문에 선을 잘 지키려 한다.

현재까지는 반응이 좋다. 7월18일 7천명대에서 2주 만에 8천명대로 올라서는 등 팔로워 수도 빠르게 늘고 있고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우서연의 계정이 자주 언급되며 비슷한 콘텐츠를 올려도 되겠냐는 질문도 받았다. 한 PD는 “뉴미디어 시대에 배우가 자기 PR을 하는 최고의 표본”이라며 인스타그램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내가 더 자주 노출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장기기억으로 남고 싶다.”

유튜브,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노린다

배우 한이원의 유튜브 <한이원의 작업실> 중 <슬럼프>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한이원의 작업실>에선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배우 한이원이 등장하는 ‘드라마 출연 영상’, ‘연기 연습’ 외에도 ‘씨네121 film’ 코너에 자체 창작 다큐멘터리를 업로드한다. 그 밖에 프로필 투어, 오디션 후기, 일을 쉴 때 하는 배송 아르바이트 등에 관한 브이로그도 주기적으로 올린다. “콘텐츠 제작과 업로드는 인스타그램이 훨씬 편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주로 팔로워들이 내 게시물을 보고, 유튜브는 불특정 다수까지 포괄한다. 타깃층이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배우 활동기를 이미지로 공유하되 유튜브에선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 중이다.

주목할 지점은 한이원이 직접 찍고 출연하는 단편영화다. “출연하기로 한 작품이 자꾸 엎어져서 직접 영화를 찍으면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근래 업로드된 <슬럼프>는 촬영과 편집 일부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기획, 제작, 연출, 편집, 출연 모두 자신이 도맡았다.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하면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내 상상과 결과물이 다를 때 좋은 피드백이 된다.”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던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있다. “다방 레지 역이 이에 해당했는데 혼자 모텔까지 가서 분장하고 촬영해보니 나쁘지 않더라. 이 영상을 통해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그 밖에도 한이원은 현장에서 여러 변화를 체감한다. “유튜브를 보고 연락주셨다는 캐스팅 디렉터들이 꽤 있다. 촬영 현장의 동료들을 포함해 한 드라마의 주연배우도 내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다며 팬이라는 말도 들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더 알릴 수 있도록 유튜브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시도해보려 한다.”

틱톡, 커리어와 10대 유저를 연결 짓다

배우 이도연 역시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워 SNS로 자기 PR을 시작하기를 망설였다고 한다. 그래서 총 3개월에 걸쳐 계정 운영의 방향성을 정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작은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엔 “연기 릴스, 출연작의 영상, 현장 가는 길” 등을 편집해 올렸다. 틱톡을 시작한 지는 한달 남짓. 그가 틱톡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필모그래피 분석이 바탕이 됐다. “<사내뷰공업> 채널의 <다큐 황은정> 등 10대들이 자주 보는 웹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다. 그래서 주요 유저가 10대인 틱톡에서 내 콘텐츠의 반응이 좋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도연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가 올리는 영상마다 “<다큐 황은정>의 박수정 아닌가요?”, “<나의 완벽한 비서>에 나오셨죠?”라며 조연, 단역으로 출연한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다. “내 두 번째 목표는 그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었다. <다큐 황은정> 시리즈에서 일진 역을 오래하다 보니 영상 외에도 글을 통해 나의 여러 이미지를 알리고 싶었다.”

단순한 독백 영상은 “타인의 인상에 남기 어렵고, 나의 만족도가 우선되는 결과물로 끝날 수 있다”는 게 이도연의 생각이다. 때문에 그는 상황극이 바탕이 된 연기 릴스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상황극의 주제는 자신의 강점과 매번 일치하진 않았다. “코미디 연기를 자주 해왔지만 틱톡 릴스는 5~6초 내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야만 한다. 그래서 코미디보단 공감대 형성이 쉬운 주제를 택하고 있다.” SNS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배우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찐팬’들이 생겼고 출연 제의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지 않나. (웃음) 한 PD님은 우연히 자기 SNS에 내가 떴다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다며 다음에 더 큰 역할로 같이하자고 하셨다. 정말 뿌듯했다. 아직 주저하는 동료 배우들에게 자기 PR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