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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침없이한 발짝, 배우 청징화

청징화는 ‘8천 대 1’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졌다. <반교: 디텐션>의 남자주인공을 뽑는 공개 오디션에서 발탁됐을 때가 19살, 대학에서 각본과 연출을 배우며 영화감독을 꿈꾸던 대학 새내기였다. 연기에 뜻이 없었음에도 오디션에 지원한 건 “배우를 이해하는 감독이 되고 싶어 서”였다. 그러나 이 경험은 “내향적인 줄만 알았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고, 본촬영을 거치며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대만 역사상 가장 높은 흥행 성과를 기록한 LGBTQ+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청징화가 “앞으로 막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택한 작품이다. 같은반 남학생을 사랑하는 소년 ‘버디’를 맡는 데 있어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대본을 볼 때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역할이든 파격적인 소재든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를 리메이크한 <디어 마이 고스트>의 출연 결정도 빠르게 내렸다. 대신 “자국의 특색을 녹인 대본을 어떻게 살릴지, 차태현 배우가 보여준 코미디 감각을 살리면서도 내 개성을 드러낼 방법 을 찾는 데”는 긴 시간을 들였다. 청징화의 필모그래피에서 친숙한 또 다른 작품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다. 이 영화는 그에게 “성장 욕구를 충분히 채워준 경험”으로 남아 있다.

주인공 소년 마히토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그는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내 목소리가 화낼 때는 이렇고, 긴장하면 이만큼 떨린다는 걸 알게 됐다. 엄청난 공부였다.” 판타지 코미디 <불량집념청제사: 불량 집념 청소부> 역시 각별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서예로 영혼과 교감하는 고등학생 푸이용 역을 맡으며 그는 난생처음 서예를 배웠다. “진지한 태도로 시간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촬영 때 직접 서예 장면을 소화해 뿌듯함이 컸다.” 만화적인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동안 나눈 감독과의 대화 에서 깨달은 것도 많다. “그간 주로 사실적인 역할을 맡아 감독님들과의 이야기도 논리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다. 그 과정에서 생각의 틀이 깨지며 표현의 영역이 활짝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청징화는 대본을 반복해 읽으며 캐릭터를 알아가는 시간을 특히 즐긴다. “친구 사귀듯 다가간다. 고유한 말투나 뿜어내는 아우라를 찾다 보면 어느새 캐릭터와 가까워져 있다.” 그는 앞으로 “뚜렷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 속 캐릭터와 친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특히 SF적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에 들어가보고 싶다. 예컨대 재밌게 본 <전지적 독자 시점>이나 <설국열차> 같은 영화들. 아직 해본 적 없는 정통 액션물”에도 도전할 준비가 됐다. “호기심이 든다면 일단 시도해보자”는 태도로 살아온 청징화는 수영, 트럼펫 등 할 수 있는 것들의 가짓수를 늘리며 가능성을 넓혀왔다. 다재다능한 젊은 배우 청징화가 활약할 무대는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