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튜버가 되고 싶은 기호(서동현)의 제안에 따라 자영(김예림), 서우(박서연) 자매는 폐쇄된 저수조에서 이뤄지는 강령술 촬영에 합류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진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자영과 빙의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기호, 서우의 모습을 만들기 위한 각자의 준비 과정을 배우 김예림, 서동현, 박서연이 세심하게 들려주었다. 평범한 학교 교실에서 자영과 기호, 서우를 만났다면 이런 분위기이지 않았을까.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던 영화 속 모습과 달리 김예림, 서동현, 박서연 배우는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처럼 편하게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 <강령: 귀신놀이>(이하 <강령>)엔 전부 목적과 개성이 뚜렷한 인물이 등장한다. 작품과 각자 맡은 인물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나.
서동현 전작 <밤이 되었습니다>에서 박우람이란 캐릭터를 연기했다. 자칫 지질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미움 살 행동을 하진 않고 사회성이 좋은 친구였다. 게다가 항상 사진기를 들고 다녔다. 우람이와 기호 사이에 비슷한 점이 여럿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강령> 출연 제의를 받았고 처음엔 나 역시 우람과 기호가 비슷해서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대본을 읽다보니 아예 다른 역할이더라. 기호가 좀더 쾌활하면서도 개인주의적인 면모가 강했다. 그래서 속된 말로 기호가 ‘눈이 돌아가는’ 지점을 표현하는 데 애를 썼다.
박서연 동현이와 회사가 같아서 <강령> 대본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서우라는 캐릭터의 평소 모습과 성격이 나와 너무 닮아 있더라. 대본을 읽으면서도 서우라는 아이에 관해 그림이 그려지고 대사도 내 말투로 들리는 느낌이었다. 잘할 수 있겠다고 욕심이 나서 회사에 말씀을 드렸고 감독님도 좋게 봐주셔서 합류하게 됐다.
김예림 계속 드라마만 해와서 언젠가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제안이 들어왔다. 과연 호러 장르를 잘해낼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은 있었지만 도전을 해야 성장도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영이 친구들과 함께 끌고 나가는 작품이기도 했고. 별개의 이야기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다르게 함께한 배우들이 무척 따뜻했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더 찍고 싶다고 생각한 건 오랜만이었다.
- 자영은 키를 쥔 캐릭터이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 간극을 조율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김예림 촬영 전부터 중요하게 고려한 지점이다. 자기 진심을 내비치지 않는 인물이라 그걸 표현하는 게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잘 살리고 싶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촬영이 끝난 후에 감독님이 자영의 특성이 잘 살았다고 하셔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기호는 스타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이자 강령술을 시작할 수 있는 판을 펼쳐주는 역할이다.
서동현 작품 들어가기 전에도, 촬영하면서도 나 역시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기호는 영화에서 해설자 역할을 한다. 초반부에 대사가 많은 것도 그래서다. 관객들이 ‘강령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하며 따라오게 하려면 기호가 정보 전달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인터넷 방송 BJ와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많이 봤고 그런 진행자들의 특성을 기호에게 인용했다.
- 박서연 배우는 본인과 닮은 점이 많던 서우에게 접근하는 게 실제로 용이하던가.
박서연 그렇기도 했다. 다만 초반부에 언니인 자영과 함께하는 신 외에는 몸으로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빙의된 연기를 해야 하는 은비 언니(미연 역), 동현이와 같이 연습하며 톤을 맞췄다. 감독님이 빙의가 됐을 때의 손동작을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촬영 초반에는 숙지가 잘되지 않아서 쉽지 않더라. 촬영을 여러 차례 거듭하고 감독님의 코멘트를 계속 상기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마지막엔 서우의 몸짓이나 손짓이 무척 만족스러웠다고 하시더라.
- 강령술을 벌이는 동안 차분해 보이던 자영에게도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그 차이를 드러낼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김예림 초반에 자영은 굉장히 말을 아낀다. 반장이기도 하고 강령술이 시작된 이후와의 대비를 주기 위해선 초반에 친구들보다 더 성숙하고 과묵한 아이로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강령> 속 상황이 여러모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이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인물의 감정을 대본을 계속 읽으면서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 특별한 감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서 현장에서도 촬영의 호흡에 맞춰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 서우와 기호 모두 악령에 빙의된다. 서우는 빙의된 상황 자체가 중요했다면, 기호는 빙의 이후의 상황을 표현하는 게 더 중요했을 듯하다.
박서연 빙의된 서우가 손가락으로 상대를 가리키는 연기 자체는 처음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만큼은 잠시 서우를 내려놓고 서우에게 들어온 악령만 생각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님과 동현, 은비 언니랑 셋이 모여서 빙의에 관해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움직임을 맞춰나간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도움이 됐다. 후반부에 빙의가 됐을 때에는 1인2역을 하는 것과 다름없어서 그 차이를 분석하고 표현하는 데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서동현 영화 초반부터 후반부에 발생할 일들을 암시하는 요소가 많다. 빙의된 것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빙의로 인해 인물들간의 관계성이 계속 드러나서 그렇다. 그 출발선에 기호가 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타트를 잘 끊고 싶었다. 계속 다 같이 빙의 장면을 연습했던 이유도 각자 생각하는 빙의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자 생각하는 무서움과 경험이 다 다르니까. 그래서 조화롭게 맞춰가려고 했다.
- 셋 다 공포영화를 비교적 잘 보는 편이라고. 강령이 진행되는 저수조 세트장에선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김예림 친구들도 물어본다. 그 세트장에서 촬영할 때 정말 무서웠냐고. 관객들도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사실 촬영을 한곳에서 오래하다 보니 무섭다, 무섭지 않다라는 감정보다는 점점 현실적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거 피 닦고 가야 앞의 신이랑 연결되지 않나’와 같은 현실적인 부분들 말이다.
서동현 오늘 따라 공간이 습하다든지. (웃음)
김예림 그렇게 한 공간에서 계속 촬영해본 게 처음이라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
서동현 원래 오컬트, 악마와 관련된 SCP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촬영 전부터 <제3의 시선> <윤시원>과 같은 공포 유튜브 채널을 많이 찾아 봤기 때문에 미리 공포를 예방할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트장은 아무래도 영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 않나. 내가 봐온 현실적인 공간이 아닌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된 곳에 들어가니 처음에는 오싹하더라. 벽의 핏자국이나 거미줄 같은 세부 요소까지 신경 쓴 게 와닿았다. 덕분에 몰입하기엔 훨씬 좋았다. 촬영 전에 친구들과 담력을 키울 겸 공주의 삼성병원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야외 분위기가 섬뜩한 곳인데 만약 그곳에 우리 세트장과 같은 장소가 있었다면 나는 그냥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거다.
박서연 처음에는 그 공간에 완전히 압도됐다.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장소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항상 어둡고 좁다는 느낌을 받으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아까 예림이가 말한 것처럼 촬영을 거듭할수록 현실적인 부분이 신경 쓰였다. 예를 들면 이 좁은 곳에서 스태프들이 다 같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계속 생각했다.
서동현 저수조 세트장이 제일 메인이긴 한데 그 밖에 여러 곳을 다니며 촬영했다. 저수조로 들어오기 전에 폐건물을 지나오는 신을 찍었는데, 거기가 정말 말도 안되게 무서웠다.
박서연 세트장이랑 다르게 그런 실제 장소는 정말 무섭더라.
- 6명의 배우들에게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씩 꼽는다면.
김예림 강령술을 시작하기 전에 다 같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신이 있는데, 나는 그 신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예전 버전의 아이폰을 건네주시면서 너희끼리 진짜로 놀면서 찍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하셨다. 정말 소풍 가듯이 자유롭고 재밌게 찍었다. 공포물에 등장하지 않을 법한 장면이라 <강령>에 이런 장면도 있구나 하고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옆에 앉은 서동현을 가리키며) 실제로 동현이가 촬영도 했다.
서동현 저한테 고프로 같은 촬영 장비를 맡겨주셨는데 내가 찍은 신이 그대로 영화에도 들어갔다. 가장 무서운 장면은 촬영을 할 때마다, 영화를 볼 때마다 바뀌었다. 처음엔 누가 빙의를 할 때마다 무서웠다. 그런데 나한테 제일 파급력이 컸던 신을 떠올리자면 역시 강령술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신이기도 해서 더 그렇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계상고등학교 3학년 문기호입니다”라고 말하는 신을 찍었는데 그 신을 찍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실제로 많은 일을 지나온 뒤에 기록을 남기는 느낌이 들었다.
박서연 미연이가 빙의될 때 천장 위의 머리카락을 목격하고, 그게 그대로 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은비 언니와 감독님이 그 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고, 촬영하는 걸 봤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볼 때 소름이 돋았다.
- 영화와 마찬가지로 내 미래에 관한 하나의 예지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나.
서동현 (잠시 고민하다) “저는… 몇살에 결혼할까요?” (일동 웃음) 아,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다! ‘축복’이라는 고양이를 키우는데 벌써 14살이다. 내가 결혼할 때까지라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서 축복이랑 오래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적고 싶다.
김예림 나는 미래를 별로 알고 싶었던 적이 없어서. 그럼 “저도… 결혼할 수 있을까요?” (일동 웃음) 농담이다. 다른 걸 하겠다. 앞으로 몇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더 찍을 수 있을까요? (몇편이란 답을 듣고 싶나.) 정해두고 싶지 않다.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찍고 싶다.
박서연 나는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서동현 서우가 썼을 법한 질문 같다.
김예림 그치? 그리고 언니랑도 잘 어울린다.
- 각자 <강령>의 어떤 부분에 주목해주길 바라나.
김예림 하이틴 호러 영화 자체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다. 고등학생들이 강령술을 펼치는 이야기다보니 마찬가지로 학생 관객들이 공감하며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
서동현 청량한 공포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 처음 공포를 느끼는 데에서 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학생들이 공감을 많이 하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에 소구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박서연 자영과 서우 자매의 관계, 친구들끼리의 관계가 무척 재밌게 풀어진다. 왜 이 인물이 이런 질문을 하는지, 왜 이런 말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지에 집중한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