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통, 그러니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권위주의에 가득 찬 정부가 들어서고 다양성을 박해하고 애국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법률을 제정한다. 특히 미국 문화와 전통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PACT 법안에 진보적인 의원들조차 찬성하며 법안이 통과되자 ‘미국의 전통을 위협’하는 책은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금지되고 부모가 선동가이거나 이민자일 경우 아이를 정부에서 빼앗아 위탁가정에 보내기까지 한다. 이 모든 것이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며 정부는 국민을 감시, 검열하고 이러한 매카시즘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 역시 서로를 위협하고 경멸하며 차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여기까지 소개했을 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뉴스 같지만 실은 셀레스트 잉의 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심장>에 대한 소개다. 2021년 <뉴요커> 표지는 아시아 여성과 어린 소녀가 지하철 플랫폼에서 손을 잡고 주변을 살피는 그림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뉴욕 내에서는 아시안에 대한 혐오 사건이 빈번했는데 <뉴요커>가 이런 상황을 일러스트 표지로 다룬 것이었다. 2022년 실제로 뉴욕에서는 아시아계 여성이 선로로 밀쳐져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가 잃어버린 심장>은 1990년대 미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적 설정을 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비추는 것처럼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12살 소년 노아의 엄마는 어떠한 이유로 가족을 떠났고, 소년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는 언어학자로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엄마는 시인이다. 엄마는 노아를 버드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버드의 엄마 마가릿은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이라는 이름의 반체제적인 시를 썼다는 이유로 검거 대상이 되어 도주 중이다. 자유, 다양성, 혁명과 아름다움마저 ‘안전’을 위해 금지된 어두운 세상에서 버드는 엄마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우리가 잃어버린 심장은 무엇일까, 시를 쓰는 엄마와 언어학자 아빠 사이에서 자란 버드는 어린 소년임에도 말의 중요성을 아는 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거짓 선동되는 가짜 언어가 아닌 용기 있는 진짜 언어들. 어떠한 위협 속에서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언어로 견고하게 지어진 용기 있는 말이다. 사랑을 전하고, 오랜 세월 우리 삶을 꿰맞춰온 이야기들. 소년이 잃어버렸던 엄마를 찾아 얻어낸 한 조각 진실은 바로 그런 것이다.
반드시 직접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증언. 임종 지키기.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기. 어떤 것들은 목격되어야 한다. 3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