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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우숙영 지음 창비 펴냄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을 물을지 알기 위해서는 어디에 공백이 있는지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 미디어아티스트인 우숙영의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국면에 대한 ‘질문의 책’이다.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연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다 해결해주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할까? 킬러로봇을 도입하면 전쟁의 희생자를 줄일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은 답이 쉬운 것 같은데 막상 답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고, 어떤 질문은 아예 답을 할 수 없을 것같이 느껴진다.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영화와 시리즈, 게임에서 시작해 수많은 뉴스 기사들을 오가며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이슈를 일별하며 대화를 청한다.

‘상실과 애도’을 1장에, ‘죽음과 삶’을 최종장인 10장에 배치한 이 책은 죽은 뒤의 인간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살피며, (인공지능을 통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잊힐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막연하게 ‘좋은데?’ 하고 생각했던 문제들의 예상 밖의 맹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생각도 못해본 문제를 꺼내기도 한다. 이 책이 인공지능과 관련한 수년간의 여러 이슈를 친절하게 관련 뉴스와 엮어 소개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위기감을 느끼는 ‘고용과 일’에 관련한 7장에서는 2023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있었던 미국 작가조합의 파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 파업의 결과로 제작사는 작가의 수나 임금을 줄이기 위해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남용할 수 없게 되었다. 여러 성과 중에서 “작가조합과 제작사 연합은 1년에 2회씩 인공지능이 영화산업의 발전과 작품 제작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결론을 열어두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비단 할리우드에만 적용될 문제는 아니다. 우숙영은 “인공지능이 자본주의의 칼을 더 날카롭게 가는 ‘칼갈이’로 작용하고 있다”는 소설가 테드 창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의 손으로 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서늘하게 경고한다. ‘도착할’ 미래가 아니라 ‘도착한’ 미래에 대한 이 책의 질문들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없이 개인화되고 똑똑해진 인공지능 서비스가 생산성과 효율성, 편리성을 무기로 삼아 우리의 생각과 행동,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의 지각과 관심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는 소셜미디어보다 더 위험하다. 우리의 지각과 행동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