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없는 것>은 <잘 자요, 엄마>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 이은 ‘하영 시리즈’ 3부작의 최종편이다. <잘 자요, 엄마>에서 하영은 엄마가 죽고 집에 불이 나 조부모까지 죽자 재혼한 아빠의 집에 갑자기 떠맡겨진 열한살 여자아이였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양육하는 상황이 된 선경의 시점에서 볼 때 하영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아이가 보이는 이상행동들, 동물을 공격한다거나 분노를 표출하며 인형을 찢는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특히나 선경을 섬뜩하게 만든다.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선경이 봤을 때 아이의 돌발행동은 어린 시절 연쇄살인범들이 보였던 행동과 유사했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파헤쳤던 전작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아이로 등장했던 하영이 성인이 되어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겨 이름을 바꾼 후 재벌 2세 세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것이 <나에게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악은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라는 확장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뉴욕에서 새로운 악을 만난 하영의 내면에 몰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모든 인물에게 당위가 있으며, 또 그에 대한 묘사가 촘촘해 살인마의 내면까지도 낱낱이 그려내는 것이 서미애 작가의 장기다. 유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뉴욕에서 살아가던 하영에게 어느 날 재벌 소속의 아트센터 관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뉴욕에서 유학 생활 중인 자신의 딸 세나와 친구가 되어 그의 생활을 일일이 보고해 달라는 제안. 더는 나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지만 뉴욕에 새 아파트를 마련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하영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영은 평범한 부모의 부탁이 아님을 은연중에 눈치채고 있었지만 세나의 일상을 지켜보는 동안 그녀 역시 살인을 도구로 삼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하영의 새어머니 선경의 한국에서의 일상과 뉴욕에서 죽음의 목소리로부터 도망치려 발버둥치는 하영의 삶을 교차시킨다. 앞서 하영 시리즈의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나에게 없는 것>의 서사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소개했었다. 기실 쓸모없는 첨언이다. 어차피 이 소설의 중반부까지 읽다보면 전작들부터 검색해 어떤 방식으로든 구해서 읽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 어떤 일이든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거야. 유진은 다시 한번 자신이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발아래로 다시 아가리를 벌리는 어둠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타르처럼 끈적거리고 끔찍한 냄새를 풍기며 자신을 잡아당기는 어두운 그것을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