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휴가 극작과 가사를, 윌 애런슨이 극작과 작곡을 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6월 제78회 토니상에서 쾌거를 거두었다. 정확히는 브로드웨이 버전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고, 박천휴 작가는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았다.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으로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의 작품으로 번쩍이는 이야기와 음악을 만들어온 ‘윌 앤드 휴’ 콤비에게 공연 문화의 산실인 브로드웨이가 화답한 것이다.
모든 이야기는 결말 이후 다시 시작한다. 고로 행복만으로 일단락되는 결말은 없다. 특히 예술은 예술가 내면의 결핍과 과잉간 삼투압으로 탄생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아도 창작자에겐 마냥 개운치 않은 여운이 남기 마련이다. 제목 <어쩌면 해피엔딩>에 ‘아마도’보다 확신의 정도가 덜한 부사 ‘어쩌면’이 붙은 까닭 또한 극장 안팎의 삶이 영원한 행복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일 터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야기가 긴급하다. 자신과 닮은 존재가 이야기 안에서 행복과 고난을 감각할 때, 우리는 이야기 밖에서 자신이 지나왔고 지나갈 길 사이에 놓일 수많은 감정을 미리 짐작해 잠시 안심할 수 있다. 언제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이야기를 지어 전하는 일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박천휴 작가를 만났다. 마침 <어쩌면 해피엔딩>도 낡은 두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전에 경험한 적 없는 사랑의 감정을 통감하며 지난 생과 앞으로의 삶을 껴안는, 이야기의 본령을 수행하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작가 박천휴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