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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비채 펴냄

이 인물을 내가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을까. <디트랜지션, 베이비>의 첫장부터 이러한 의문에 봉착한다. 이 소설에는 무작정 긍정할 수 있는 주인공이란 등장하지 않는다. 죄다 어딘가 불안정하고 결함이 있으며 이해불가한 선택을 연속한다. 트랜스젠더 여성 리즈는 아이가 갖고 싶다. ‘이 섹스로 인해 임신을 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싶어서 버그체이싱(성행위를 통해 의도적으로 HIV바이러스 감염을 추구하는 행동)을 시도한다. 리즈는 과거 엄마가 될 준비를 한 적이 있다. 에이미라는 트랜스 여성과 레즈비언 커플로 사귀던 시절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려 했지만 에이미는 트랜스 여성으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디트랜지션(Detransition)을 결정하며 다시 남성으로 돌아갔다. 지금 그의 이름은 에임스다.

에임스는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혐오 사회와 주변인의 태도에서 피로감을 느꼈고, 더불어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애매함을 환멸해 원래의 성별로 돌아가길 선택했다. 이를테면 에임스가 에이미가 되었을 때, 친구 존은 그의 여성성을 받아들이며 에이미를 여성으로 대한다. 존은 에이미를 만나면 미모를 칭찬하고 문을 열어주고 택시를 잡아준다. 에이미는 그런 존의 태도가 좋으면서도 자신을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동등한 인간으로 대해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이렇듯 성별은 모든 관계 속에서 새로이 태어나고 접근되며 해석된다. 한편 에임스는 그와 관계를 맺은 카트리나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 여친 리즈에게 “나와 카트리나와 함께 아기를 키워주면 좋겠어. 우리가 함께라면 괜찮은 가족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제안한다.

이 소설을 한줄로 요약하자면(당연히 불가능하지만) 트랜스젠더 여성 리즈와 디트랜지션 남성 에임스, 시스젠더 여성 카트리나가 함께 임신 과정을 겪으며 부모가 되기를 준비하고 가족을 꾸리는 이야기다. 여기서 리즈도, 에임스도, 카트리나도 끝없이 자문한다. 그래서 여성이란 무엇인데? 내가 엄마(혹은 아빠)가 되기에 적합한가? 이 아이를 정말 원하나? 소설 속 트랜스젠더 인물들은 성전환 후 진정한 자아를 곧바로 찾거나 거울 속 자기 몸을 보고 만족감에 젖지 않는다. 이들은 결점투성이에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이기적이고 난해한 사람들이다.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럼에도 이들은 그 모든 순간 유머를 잃지 않는다.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가 폐지되는 트럼프 시대에 이 소설은 다양성이란 여전히 복합적이고 혼란한 우리의 무한함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문제는 리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였다. (중략) 여자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