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젊은 배우. 영국식 억양, 독특한 낮은 목소리, 화면을 손쉽게 장악하는 존재감, 배우 플로렌스 퓨의 아우라는 실제로 마주했을 때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플로렌스 퓨는 20대 배우로는 드물게 마블과 전면적으로 협업하는 스타로, 영화 <블랙 위도우>, 디즈니+ 드라마 <호크아이>에 이어 또다시 옐레나 벨로바로 돌아왔다. 옐레나 벨로바는 암살자로 키워졌기에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복잡한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무성을 원하는지, 어떤 옷을 입고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는 성인 여성”이지만, 동시에 “뜬금없는 이유로 잔뜩 신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쉽게 정을 주기도 하는” 어린아이 같은 면도 있다. 그래서 플로렌스 퓨는 옐레나를 “다중 나이를 가진 사람”으로 표현해왔다고 한다. 그런 플로렌스 퓨의 옐레나는 전작에서 특유의 엉뚱함과 유쾌함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썬더볼츠*>에서 옐레나는 “관객들이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며, 본인조차 후속편을 생각하며 “다음에는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추측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려졌다고.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이 이끈, “고유의 약함을 드러냄으로써 그녀를 최대한 인간적으로 표현해내는” 연기의 방향이 한없이 반갑고 기쁘다며 “우리가 보는 반짝반짝한 그들의 모습 뒤에서, 암살자, 슈퍼히어로, 초인 역시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용기 있는 접근이라고 느꼈다”는 플로렌스 퓨는 “어린 시절의 큰 트라우마에 더해 최근 몇년간 겪은 충격적인 일들이 어디로 옐레나를 이끄는지” 깊게 성찰했다고 한다. 전작에서 액션 연기로 호평받았던 플로렌스 퓨는 이번 세트에 더없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리적인 세트가 훨씬 좋다”며 “놀이동산에 들어서는 순간 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의상과 메이크업을 하고 세트에 들어서는 순간 ‘나, 이제 옐레나가 됐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벽에 손을 대서 거친 그 감촉을 느낄 때 연기의 몰입감이 다르다”며, 이처럼 현실감을 특별히 강조한 촬영장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번 영화의 핵심과도 닿아 있다고 평한다.
가식 없고 거침없으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답변에서 배우 플로렌스 퓨의 깊이가 드러났다. <오펜하이머>와 <듄: 파트2>와 같은 대작은 물론, <위 리브 인 타임>과 같은 로맨스, 그리고 <돈 워리 달링>의 스릴러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배경에는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플로렌스 퓨의 옐레나가 <썬더볼츠*>는 물론, 앞으로 마블 유니버스에서 펼쳐갈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