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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캐릭터에서 나와야 한다” - <썬더볼츠*>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 인터뷰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티셔츠와 청바지가 주를 이루는 촬영 현장에서 완벽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단단하게 맨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썬더볼츠*>는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의 첫 마블 영화다. 2012년 <로봇 앤드 프랭크>로 데뷔한 그는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의 TV시리즈 <비프>로 주목받았다. 복장에서부터 진지함을 뿜어내는 그의 주특기는 블랙코미디. 그런 그가 마블과 함께 “영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추락해버린 언더도그들”이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준비했다. “처음부터 아웃사이더였던 것과 한때 영광의 언저리까지 갔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은 인생은 결이 다르다. 그리고 이는 사실 우리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어둠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자신이 보다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해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지 않냐고 묻는 그는, 그래서 알렉세이나 존 워커처럼 이런 특성을 갖춘 캐릭터들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때 찬란함을 맛보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무너진 정신으로, 이 세상에 내 자리는 어디인가, 확신도 목적도 잃은 채” 살고 있다. 이런 절망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를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은, 이를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를 만나 서로가 연결되고, 그렇게 한명 한명이 모여 각 개개인의 합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되는 그 순간, 내가 진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과정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썬더볼츠*>가 어둡고 무거운 영화는 절대 아니다. “유머는 캐릭터에서 나와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그는, 인생 최악의 순간에도 이를 웃어넘길 수 있는 옐레나를 그 예로 들었다. “악당들이 같은 목적을 위해 잠시 협업하는 정도가 아니라, 캐릭터들이 서로를 죽이라는 미션을 받아서 한곳에 모이지만 이후 유대감을 쌓아간다는 설정에 끌렸다”며, “서로를 신뢰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인물들이 함께한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재미와 유쾌함”을 기대해 달라고 한다. 유난히 현실적인 세트장을 짓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본인만의 철학을 공유했다. “지구가 폭발하고 세상이 멸망하는 장면들, 우리 모두 벌써 화면으로 보지 않았나. 특수효과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중요한 것은 관객이 완전히 이 세상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CG를 영화의 한 요소로만 여기고, “처음부터 명확한 연출 의도”로 장면을 설계하고 “배우들이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도록” 현장을 준비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이 수십일간 이어졌지만, 그가 흐트러진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스태프들이 귀띔했다. 이 영화를 구상하고 7개월간 마블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는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관객들이 푹 빠질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보여줄 준비가 되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