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앨리스 드럼, 매들린 샤라피안, 도미 시(왼쪽부터).
외계인에게 납치된 꼬마가 자신을 지구의 대표자라고 거짓말하는 엉뚱한 상상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은 프레스 데이에 참여하지 못한 또 다른 공동 연출 에이드리언 몰리나 감독을 대신하여 초반 기획을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11살짜리 어린이가 우연히 외계 인에게 납치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엘리오>는 단순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지는 데에서 시작됐다. 또 에이드리언 몰리나 감독이 어릴 때 군기지에서 자란 자전적 이야기에서부터 고모의 설정을 꾸려갔다.” 특히 엘리오는 마음속에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외로움과 함께 자랐다.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는 지구 앰배서더라는 오해 때문에 사교적 이지 않은 조용한 소년이 타인과 대화를 나눠야만 하고 관계맺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정서적 모험이 작품을 지지하는 땅이 된다고 짚어냈다.
‘어른 동화.’ 디즈니·픽사 작품에 자주 따라오는 수식어는 <엘리오>에서 도 여전히 적용되는 듯하다. 도미 시 감독은 <엘리오>에 고전동화 같은 힘이 있다고 말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른다. 내향적인 주인공이 마법 같은 세계에 가서 모험을 펼치고 이전과 다른 성숙한 모습으로 현실로 돌아오는 것. 동화가 보편적으로 지닌 고전적 스토리텔링의 구조가 <엘리오>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 생애주기를 이미 통과했고, 그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슬픔에 이름을 붙여본 어른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어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는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회상의 자극을 조명했다. “11살 소년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엘리오처럼 막연히 구원을 기다리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소속감을 주는 곳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득한 곳으로 가고 싶어 기도했던 어린 나. 마침내 세상과 연결되는 엘리오를 통해 우리는 어린 나의 상처를 회복할 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어른으로서 세상을 바꿔나갈 수도 있다.”
불안과 우울이 만연한 사회에서 <엘리오>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도미 시 감독이 들여다본, 타인의 고통을 놓쳐버린 어린이의 이야기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 “1막에서 엘리오는 자신의 문제만 들여다보느라 올가 고모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한다. 그것은 앞으로 엘리오가 배워야 할 부분이고, 현실 속 우리가 놓쳐온 실수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고 많은 관객이 주변 곳곳에 숨겨진 눈물을 탐지하는 능력이 커지면 좋겠다. 내가 그간 몰랐던 조용한 슬픔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세상이 궁극적으로 변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