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스페인,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나라의 영화가 한국 관객을 찾는다. 파얄 카파디아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과 호나스 트루에바의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사티야지트 레이나 리트윅 가탁의 걸작들, 혹은 <세 얼간이>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로 대표되는 발리우드영화로 인도영화의 상을 그려왔다면 인도 여성들의 삶이 다큐멘터리적 재현과 마술적 리얼리즘 사이에서 황홀하게 교직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 당신의 마음에 새로운 빛을 틔울 것이다. 또한 날 선 계급 풍자와 욕망의 해방을 다룬 루이스 부뉴엘이나 원색의 미장센, 화려한 멜로드라마로 정평을 이룬 페드로 알모도바르로 스페인을 배웠다면 고정된 카메라와 미니멀한 상황하에 긴 대화를 이어가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로부터 홍상수(와 그의 후예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영화의 이같은 특성은 파얄 카파디아와 호나스 트루에바의 고유한 인장이기도 하다.
이미 국제영화제에서 지난 10년간 꾸준히 주목받은 두 감독은 출신국에서 영화를 수학했지만 각 국가에서 새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또 1980년대에 태어난 젊은 예술가라는 점에서 신작마다 주목받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칸영화제는 경쟁부문 진출작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에 은메달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감독주간 상영작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에 최고상인 유로파 시네마 라벨상을 안겼다. 오랫동안 국제영화제 리포트와 영화 전문지의 연말 결산에 두루 이름을 올린 두 감독을 궁금해한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씨네21>이 탐구의 장을 연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과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의 상세한 리뷰는 물론 각 작품에서 드러나는 파얄 카파디아와 호나스 트루에바의 연출적 특징을 곁들여 해설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리뷰와 감독론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