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 따르면,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이 업데이트된 후 1억3천만명이 7억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지브리풍 이미지를 생성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갔다. 자신의 얼굴을 지브리 그림체로 바꾸거나, 유명 장면을 애니메이션처럼 재현해 SNS에 공유하는 식이다. 그러자 비슷한 질문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거 법적으로 문제없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 지브리 스타일은 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지만, 그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스타일’은 보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울’이나 ‘토토로’ 캐릭터를 그대로 베끼면 불법이지만, 지브리 느낌만 담긴 새로운 이미지는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 스타일은 보호받지 못할까? 창작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법은 창작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스타일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열어뒀다. 특정 스타일을 법으로 독점하는 순간 그 스타일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창작 시도조차 막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인상파 화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사한 화풍을 만들었고 그 흐름이 모여 인상파라는 예술 사조로 이어졌다. 만약 인상파 느낌을 법으로 보호했다면, 그래서 특정인이 인상파 스타일을 독점했다면 현재 우리가 아는 많은 예술 작품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다. 이렇게 법은 창작이 멈추지 않도록 보호대상에서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제외해왔다.
과거에는 이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 스타일을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비슷한 느낌을 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는 수천장 이미지를 몇초 만에 학습하고, 인간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그림체를 복제한다. 이제는 인터넷에 지브리 원본 이미지를 올려도 어떤 AI, 어떤 프롬프트로 생성했는지 물어보는 댓글이 달리는 수준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 동의나 보상은 없다. 반면 AI 사용자와 개발자는 빠르고 저렴하게 결과물을 얻는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창작자는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다. 법은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타일을 보호하지 않았지만, 좋은 취지와 다르게 현실에서 법은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창작자를 위한 법학 콘텐츠
이런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인쇄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인쇄 기술이 보급되기 전에는 책을 손으로 베꼈다. 복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책이라는 ‘물건’만 보호해도 창작자를 보호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쇄 기술이 복제가 쉽도록 만들자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한 물건 보호만으로는 부족해진 것이다. 창작자 허락 없이 무분별하게 책을 복제했고 창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대로 방치했다면 많은 창작자는 의욕을 잃고 새 책 쓰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법은 책을 ‘복제(copy)할 권리(right)’, 즉 저작권(copyright)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책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복제할 권리가 보호대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쇄 기술이 발전했지만 창작자는 저작권을 통해 책 복제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그 보상은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기술 변화에 따라 법이 변화해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어준 거다.
AI는 이제 예술을 흉내내는 수준을 넘어 작가의 화풍을 학습하고 재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번 AI 기술 발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응해야 한다. 인쇄 기술에 따라 저작권을 만든 것처럼 AI 기술에 따라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새로운 구조. 그게 필요하다. 지브리 그림체 생성에 법적 문제는 없지만 도덕적 문제가 있다. 현행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수많은 생성형 이미지 속에 어떤 창작자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AI 시대에도 창작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