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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챗GPT야, 이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꿔줘” 놀이는 왜 논쟁적인가

때때로 기술은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어,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로 데려간다. 오픈AI가 GPT-4o를 업데이트하면서 세상이 온통 지브리 스타일로 도배 중이다. 원하는 이미지를 맞춤형으로 그려주는 기술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중립적인 결과물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건 왜 많고 많은 화풍 중 유독 ‘지브리’ 화풍이 (특히 한국에서) 대유행일까 하는, 사용 방식이다.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의 대사를 빌린다면) “역시 인간은 재미있다”. 이 카오틱한 존재의 행보를 AI 따위가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몇 가지 짐작 가능한 이유는 있다. 우선 ‘지브리’ 스타일은 아날로그의 끝자락에 있다. <바람이 분다>의 4초짜리 군중 장면을 만들기 위해 1년 3개월을 투자하는 비효율의 극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도구를 활용하여 그것으로부터 제일 먼 결과물에 당도했다. 그 거리가 멀수록 신기하고 매력적이므로. 여기엔 아날로그적인 수작업의 결과물 중 제일 유명한 것이 ‘지브리’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AI나 디지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것과 가장 대중적인 속성의 교집합이 낳은 기묘한 현상인 셈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사람들은 그걸 다양한 방식으로 가지고 논다. GPT-4o의 이미지 생성은 대중에게 새로 던져진 재미난 장난감이다. 120년 전 뤼미에르 형제의 카메라, 시네마토그래프가 그러했듯 지브리 스타일의 유행도 금방 사그라질 것이다. 동시에 뤼미에르 형제의 단순한 시도가 의도를 넘어 ‘시네마’의 기원이 되었듯, 지브리 스타일이 또 다른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누구도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 시점에서 가능한 건 다양한 논의와 상상력이다. 때마침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가 지브리풍 챗GPT 이미지 생성 열풍의 이면을 진단하는 글을 보내왔다. 유희 너머 가려진 우리의 무의식을 진단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어 김형준 변리사에게 저작권과 법적 문제에 대해 물었다. 인공지능과 이미지에 대한 사유는 이제 시작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지브리풍 챗GPT 이미지 생성 열풍에 대한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와 김형준 변리사의 답변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