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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베를린이 배두나를 만날 때, 이방인 배우에서 76회 베를리날레 심사위원으로

트리샤 터틀 집행위원장, 프로듀서 겸 아키비스트 시벤드라 싱 둥가르푸르, 프로듀서 에바 푸슈친스카, 배우 배두나, 빔 벤더스 감독, 민 바하두르 밤 감독, 히카리 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왼쪽부터). SHUTTERSTOCK

영화제가 열리는 포츠다머 플라츠 일대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인들로 북적이지만, 그 인파 속에서도 베를린의 겨울은 제 성격을 굽히지 않는다. 그 추위를 배두나는 안다. 처음 이 도시에 왔던 2011년 겨울, <클라우드 아틀라스>촬영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도착해 통역도 없이 세트 생활을 견뎌냈던 터다. 바람을 뚫고 길거리를 걸으면서 곧잘 눈물을 훔쳤고, 절인 사과를 감싼 겹겹의 얇은 반죽 위에 바닐라 크림을 듬뿍 올린 아펠스트루델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시절 베를린은 생존의 도시였지만, 올해 배두나는 같은 도시에 다른 입장으로 와 있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그녀는 빔 벤더스 감독이 이끄는 7인의 심사위원단에서 유일한 배우다.

2026년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스크린 안팎에서 윤리적 시험대에 올랐다. 영화인 개개인의 정치적 발언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작품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예술가의 입장이 재조정의 국면을 겪는 와중에 심사위원들은 엄중한 고민을 안은 채 우선 22편의 경쟁부문 영화를 매일 최소 세편씩 흡수했다. 영화와 연기에 등수를 매길 수 없다고 믿어온 사람, 배두나는 자기가 처한 역설과 영광 앞에서 지난 25년간 대본을 선택해온 가치관을 다시 묻곤 했다. 주말이 지나 영화제가 막 반환점을 돈 시점에 배두나를 베를리날레 프레스 센터에서 만났다. 쉴 새 없는 상영과 심사 회의 일정에 내달려가던 배우의 등장에서 옅은 피로만큼 긴장과 흥분이 읽혔다. 어떤 보호막도 겉치레도 없이 정화된 관객의 맨얼굴로 나타난 배두나는 직전까지 그의 앞에서 번쩍였던 스크린의 빛을 그대로 머금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심사위원석에 앉아 정직하게 보낸 시간을 듣는 동안, 지난해 한국에서 재개봉한 <린다 린다 린다>부터 최신의 할리우드 신작 <알파 갱>까지의 세월이 시차의 노곤함을 부드럽게 압도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배두나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