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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창공의 빛을 따라>

나탈리 레제 지음 황은주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소멸했다는 의미다. 그 세계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붕괴가 된다. 나탈리 레제의 <창공의 빛을 따라>는 2018년 급작스레 작고한 남편, 극작가 장루 리비에르를 위한 애도의 책이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라고 쓰는 나탈리 레제는 집에 들어서면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콧노래를 듣고 기침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어 적는다. “너는 곧 내게 올 것이다.” 미치지 않았지만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창공의 빛을 따라>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회고하는 글은 아니다. 애도 자체를 화두로 삼아 뒤에 남은 자의 삶, 매일 상실을 절감하며 앞으로 힘겹게 밀고 나아가는 삶을 글로 쓴 것이다.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남긴 기록인 <애도 일기>, 조앤 디디온이 남편의 죽음에 대해 쓴 <상실>과 같은 책을 눈여겨본 독자라면 나탈리 레제의 <창공의 빛을 따라>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애도하는 사람은 잊을까 두려워한다. 시간이 흐르는 일이 두렵다. 마지막 날들을 몇번이고 되풀이하는 동안, 기억은 점점 자세해진다- 혹은 조금씩 변형되는지도 모른다. 되돌아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되돌아본다. 그가 읽던 책을 읽고, 그가 보던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를 따라(이어) 보다 보니 내용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삶의 방책을 세운다. 부정, 폭력, 자기 폐쇄, 마술… 온갖 상황과 행동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신흥 종교를 세운다. 누군가는 묵언 서약을 한다. 누군가는 끝나지 않을 살인 행각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장소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밤이 되면 기억은 더 깊어진다. 슬픔에 잠긴 사람을 위한 위로의 말들도 들려온다. 이별이 특히 고통스러웠던 사람은 사별이 버림받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네가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알아”라는 말. 그 말을 들으며 나탈리 레제는 적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서 말한다. 그 포즈는 자신이 파렴치한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아니라, 완전히 그와 반대의 것, 나를 향한 과장된 배려를 표현한 것이다.” 이런 점을 말해주고 싶지만 힘이 없다. 그렇게 하루가 또 간다. 날이 밝아온다. 다시 하루, 네가 없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울 수 있는 사람만 남으십시오. 나머지는 가셔도 좋습니다.” 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