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납득할 수 있어야 무서울 수 있다, <귀시>

귀신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강렬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결핍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귀시의 문을 두드린다. 인정욕구, 아름다운 외모, 성적과 실적, 유명세까지. 서로 다른 갈망은 귀신의 힘을 빌려 실현되지만 거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귀시>는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에 가까운 형식으로 풀어낸다. 한 인물의 일화가 끝나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독립적인 서사들을 이어가지만 서사를 응집하는 힘은 다소 약해 각각의 욕망이 단순 나열되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귀신 시장이라는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발상이 낯설고 신선해 구조적 빈틈을 메운다. 다수의 K팝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탁월한 감각을 인정받아온 홍원기 감독은 <귀시>를 통해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이 어떻게 균열을 일으키고 파국을 불러오는지 적절히 포착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