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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사랑스럽지만 사납게, <좀비딸> 최유리

시퍼렇게 질린 얼굴과 초점 없는 동공으로 ‘으어어’대는 울음소리만 내며 사람을 물려 달려드는 저 존재가 내 딸이라니. 하루아침에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를 보며 정환(조정석)이 착잡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군데군데 귀엽고 순수했던 딸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까닭에 정환은 세상 어디에도 없던 ‘금쪽같은 좀비 딸’을 거두기로 결심한다. 이윤창 작가의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 영화화될 때부터 영화의 성패는 좀비가 된 딸 수아 역에 달려 있었다. 일찌감치 <원더풀 고스트>에서 마동석과 티격태격 애드리브를 주고받으며 부녀 케미를 선보였던 아역배우 최유리라면 “무섭지만 사랑스럽고, 사랑스럽지만 무서운 좀비”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를 구현할 적격자였다. 무엇보다 “원작이 지닌 개그 코드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웹툰 연재 시절부터 열렬한 애독자였던” 만큼 운명처럼 좀비 수아를 만나게 됐다.

일상에 적응하려는 좀비를 표현하기란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프리프로덕션 때부터 전영 영화 안무가와 “좀비 특유의 무서운 분위기는 유지하되 설명하기 어려운 귀여운 면모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며 트레이닝에 임했다. 특히 “좀비가 된 상태에서 감정을 드러내거나 정환과의 훈련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최유리는 “동물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며” 해답을 얻었다. “사나운 강아지나 사람 손을 잘 타지 않는 길고양이처럼 공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이는 동물을 많이 참고했다.” 좀비가 된 수아의 감정 표현이나 울음소리를 묘사하는 데는 반려견 ‘강만두’의 공이 컸다. 수아는 할머니 밤순(이정은)의 효자손을 두려워하거나 연화(조여정)의 살기를 느낄 때마다 몸이 움츠러든다. “보통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는데 좀비가 된 수아는 그럴 수 없어서 문제였다. 우리 집 강아지 만두는 항상 뭔가를 잘못하면 내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돌려 한껏 움츠러들더라. 그 모습에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터득했다.”

타고난 사육사 아버지 정환의 노력으로 수아는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정환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저건 내 먹이다’, 혹은 ‘나를 해치려는 상대다’라는 단순한 감정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는 존재임을 인지하고, 점차 ‘보호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훈련이 진행될수록 이 사람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수아가 갖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 극적인 변화는 훈련의 결실만큼이나 두 부녀의 단단한 관계 덕이었다. 두 사람에게 서로의 존재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비록 대부분의 시간을 좀비 상태로 보냈지만 극의 후반부에 “정환이 필사적으로 수아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장면”은 연기를 넘어 진심으로 마음이 동한 순간이었다. “그 처절함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됐다. 얼마나 소중하면 저럴까 싶을 정도로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됐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는 K팝을 좋아하고 보아의 <No.1>에 맞춰 춤을 추던 사춘기 수아처럼 촬영 당시 최유리도 학교생활을 소화한 영락없는 15살 소녀였다. 차이가 있다면 “K팝도 좋아하지만 가사 없는 재즈나 클래식을 더 많이 듣는” 음악 취향 정도. 요즘에는 가수 안예은의 노래에 빠져 무한 반복 중이라고. 최근에는 새에게 푹 빠져 “집에서 조류 도감을 읽는 게 취미”가 됐다. “어느 날 부엉이 사진을 보게 됐는데 그날 이후 새의 귀여움에 푹 빠져 그만 ‘부’며 들고 말았다. (웃음)” 초롱초롱한 눈으로 새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아직도 순수함이 묻어나지만 어느새 데뷔 11년차를 맞았다. <외계+인>의 김태리, <소풍>의 나문희처럼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던 시절을 지나 <좀비딸>을 통해 어엿한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앞으로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관객의 마음에 닿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한번 나왔을 때 여운을 주는 배우, 오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filmography

영화

2025 <좀비딸>

2024 <검은 수녀들> <소풍>

2023 <외계+인> 2부

2022 <외계+인> 1부

2018 <원더풀 고스트>

2015 <비밀>

드라마

2020 <이태원 클라쓰>

2019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미스터 기간제> <힙합왕 – 나스나길> <하자있는 인간들>

2018 <마더> <시크릿 마더> <To. Jenny> <#좋맛탱>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복수가 돌아왔다>

2017 <행복을 주는 사람> <피고인> <다시 만난 세계> <밥상 차리는 남자> <로봇이 아니야>

2016 <아이가 다섯> <원티드> <리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