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약판은 세 분류로 나뉜다. 약을 파는 놈과 그걸 잡는 놈, 그리고 그놈들을 엮어주는 나 같은 놈.”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황병국 감독이 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과 함께 마약 소재의 영화 <야당>으로 돌아왔다. 검찰, 경찰에 마약 세계의 정보를 전하는 자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영화는 단순히 마약범을 검거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야당, 마약 수사대 경찰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들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교묘히 이루어지는 마약 거래, 마약 투약의 위험성, 한국 검찰계의 비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개봉을 앞둔 <야당>에 관해 미리 살펴본 리뷰와 황병국 감독이 들려준 제작 비하인드를 정리했다.
형량 합의를 대가로 투약자에게 마약 거래에 관한 정보를 얻은 뒤, 강수(강하늘)는 경찰이 거래 현장을 실시간으로 덮칠 수 있도록 돕는다. 빈틈을 타 도주하는 범죄자의 차량을 거칠게 들이받으며 강수가 통쾌하게 웃고, 카메라는 강수로부터 거리를 벌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비춘다. 타의에 의해 ‘야당’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나 오프닝 시퀀스만 봐도 강수는 그 누구보다 이 일을 즐기는 듯 보인다. <야당>의 초반부는 ‘마약 거래’와 ‘마약 수사’라는 큰 두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약 거래의 축에선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체급을 키워가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점점 배후의 보스가 윤곽을 드러낸다.
반면 마약 수사의 축을 담당하는 이는 검사 관희(유해진)과 마약 수사대 형사 상재(박해준), 두명으로 축약할 수 있다. 다수의 범죄자를 상대하는 검사와 형사. 이 양분된 구도는 마약 소재의 다른 수사물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제목이 그러하듯 <야당>을 차별화시키는 건 강수의 존재다. 강수는 등장인물들 중 가장 복잡한 레이어를 지녔다. 대리기사로 일하던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으나 마약사범이란 누명을 쓴 채 복역하고, 관희로부터 야당 활동을 제안받아 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다. 마약 거래와 수사 현장이 보다 디테일하고 자연스럽게 묘사될 수 있었던 건 강수가 양측에 깊게 발을 들인 중간자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명목상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도 범법자로서 관희 뒤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므로 그가 향하는 곳에 따라 극도 환기된다.
관희, 상재, 강수가 유지하던 삼각형의 균형은 대통령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이 등장하며 어그러진다. 상재는 조훈에 관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지만 성공과 승진에 강한 열망을 가진 관희가 다른 선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경계의 부조리함에 관한 고발이 이루어지면서 단순히 마약 거래와 마약 수사로 나뉘었던 <야당>의 구조가 새롭게 재편된다. 상재, 강수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마약 투약 사건의 피해자로서 등장한 배우 수진(채원빈)이 단순히 상흔을 입고 사라지는 대신 제 나름의 활약을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다소 소모적으로 활용된다는 인상을 남기긴 하나 재등장한 수진의 선택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야당>은 마약중독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투약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검거율이 달라진다는 사회문제까지 정경계 비리와 엮어 두루 짚어낸다. ‘야당’이란 존재를 극의 중심에 세워 현실의 마약 사건을 적극 반영해 마약 거래와 수사라는 기존 수사물의 구조에 변화를 준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여러 곳에 발을 걸친 채 서 있는 강수에게 부여된 과업이 과중해 보인다는 인상이다. 그만큼 마약 거래자와 수사자 양측의 내막을 모두 꿰뚫는 이가 존재할 때 근본적인 해결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방증 같아 씁쓸함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마약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던 황병국 감독의 의도는 제대로 들어맞았다.
*이어지는 글에서 황병국 감독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