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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를 만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NEW 한국영화사업부 김형철 본부장

NEW는 2013년 배급사별 점유율에서 CJ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CJ에 비해 상영 편수가 19편이나 적은 숫자임을 감안하면 NEW의 성적은 나머지 3사를 압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3년 1월 말 개봉했던 <7번방의 선물>이 무려 120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신세계>와 <숨바꼭질>같은 장르영화가 각각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3년 마지막 카드였던 <변호인>이 개봉 6일 만에 244만명을 동원하고 있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 같은 영화들은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김형철 본부장은 “NEW가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2013년 흥행성적이 좋다. =흥행작들을 보면, 배급 시기를 잘 선택한 것 같다. 배급 시기 결정의 기준이 뭔가. 작품의 개봉 시기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충분한 후반작업 시간을 확보한 뒤에야 언제 배급할지를 고민한다.

-12월은 각 투자배급사들이 마지막 카드를 내놓는 시기다. <변호인>을 이 시기에 내놓은 건 그만큼 자신 있었다는 건데. =<변호인>의 개봉일을 12월19일(<변호인>은 12월18일 수요일에 개봉했다.-편집자)로 정한 건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이었다. 12월은 전통적으로 박스가 큰 시장이다. <변호인>은 12월에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시즌이 시즌이다보니 우연치 않게 타사의 만만치 않은 작품들과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덩치가 큰 회사들에 비해 작품 편수가 적다. 규모에 얽매이지 않는 유동적인 라인업이야말로 NEW의 강점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간 매출, 개봉 편수, 타사 라인업이 적힌 표를 펼쳐놓고 일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매 작품이 성공하는 게 목표다. 물론 어떤 해는 작품이 많아질 순 있다. 반면 좋은 작품이 없으면 라인업이 줄어들 수 있다. 대표님도 좋은 작품이 없으면 쉬라고 하신다. (웃음) 올해는 몇편 해야겠다고 따로 정해놓진 않는다.

-김기덕, 신연식, 연상호 감독의 신작을 배급한 것이 흥미로웠다. 상업영화만으로 라인업을 채우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하나다. 내부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작품인가. 블록버스터든, 저예산영화든 작품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거나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면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투자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추세인 것 같다. NEW는 어떤가. =투자든, 배급이든, 마케팅이든 NEW의 모든 구성원이 특정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작품을 할지, 말지 딱 하나만 고민한다. 작품이 선택이 되면 그때 각자의 영역에서 접근하게 되는 식이다.

-많은 수익을 올렸는데 조직을 확대할 계획은 없나. =일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면 필요한 사람만큼 뽑아야 한다는 고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우택 대표님은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처럼 조직을 확장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14년 한국 영화산업을 예상하자면. =호황이 지속될지, 위험 신호가 켜질지는 투자배급사, 제작사, 감독 등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들면 시장의 사이즈는 자연스럽게 커진다. 반대로 영화계가 방심하면 관객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올해 NEW의 기대작은.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웃음) 올해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가 포진해 있고 지난해에 비해 편수가 늘어났다. 일단 <신세계>팀과 황정민이 다시 만난 <남자가 사랑할 때>. <인간중독>은 치명적인 멜로고. 봉준호 감독이 처음 제작하는 <해무>와 하정우 감독의 신작 <허삼관 매혈기>.

-타사의 라인업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CJ의 <명량-회오리바다>와 롯데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그리고 쇼박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 세편이 2014년 여름 시장에서 격돌한다. 모두 사극블록버스터이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다. 가장 볼만한 여름 시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