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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나로서 조화로운 날들, <여행과 나날> 배우 심은경

커버 현장의 심은경은 버스터 키턴을 떠올렸다. 무성과 무표정을 비집고 나오는 존재의 생명력이 <여행과 나날> 속 내성적인 시나리오작가 ‘이’에게 스미길 바라왔던 터였다. 창작의 슬럼프와 스승의 죽음을 동시에 마주한 이는 눈 덮인 야마가타의 작은 마을로 모처럼 휴가를 떠난다. 인생의 관문처럼 등장하는 여행지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턱 막혀 있던 작가의 덩어리(writer’s block)에도 슬슬 반가운 균열이 생긴다. 2003년 아역으로 데뷔해 <써니> <수상한 그녀> 등에서 일찍이 주역으로 자리 잡고 2019년 <신문기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까지, 배우 심은경 역시 자기를 깨고 재생하는 시간들을 거듭해왔다. 천생 배우로 달려온 지금까지의 그에겐 “매 순간, 매 신을 100%의 최선으로” 해내는 것이 너무도 중요했다. 30대가 되어 차츰 ‘나다움’에 편안해지는 법을 배우는 지금, 미야케 쇼 감독이 구현하는 오롯한 날씨의 풍경 속에 합류한 것을 심은경은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방랑을 마치고 돌아온 여행자들이 그렇듯 한편의 영화를 유유히 통과한 이 배우는 전보다 더 넓어진 눈으로 자기 앞에 펼쳐진 전망을 바라보고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심은경과의 인터뷰가 계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