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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든 사람은 날아오를 자격이 있어,내한 뮤지컬 <위키드> 배우 셰리든 애덤스 코트니 몬스마

지난 9월6일 주말을 기점으로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 초연 이후 13년 만에 누적관객수 100만명을 달성했다. 제한적인 공연 회차를 생각하면 이는 영화계 천만 관객에 준하는 성과다. 서로에게 시나브로 물든 우정의 색깔, 사회적 시선에 저항하는 자유의지, 그리고 슬픔 섞인 해방감까지, 오직 무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명력 있는 감정이 오늘의 <위키드>를 완성했는지 모른다. 뜨거운 올여름, 한국을 찾아 자신만의 엘파바와 글린다를 그려낸 셰리든 애덤스, 코트니 몬스마를 만났다. 인터뷰 대기실에 흘러나오는 두 배우의 콧노래 소리에 모두가 미소 짓는 마법이 벌어졌다.

코트니 몬스마, 셰리든 애덤스(왼쪽부터).

- <위키드>는 전세계로부터 사랑받는 문화유산 같은 작품이다. 처음 <위키드> 캐스팅에 확정된 먼 과거로 돌아가보자. 관객 앞에 서서 이것만큼은 반드시 잘해내겠다고 주문처럼 외운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셰리든 애덤스 정말 오래전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때 기차역에서 합격 전화를 받고 너무 감격스러워서 무릎 꿇은 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경력도 소속사도 없었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합격하더라도 앙상블 정도라 생각했다. 마침 함께 있던 하우스메이트가 영상을 찍어줘서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엘파바를 하면서 건강한 목소리를 꼭 구현하고 싶었다. 목소리란 통합적이고 전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음성만 관리한다고 얻을 수 없다.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을 돌보고 매 순간 진실된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엘파바로서 무대에 설 때 연기와 노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이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우리가 얼마만큼 하나가 되었는지를 가장 신경 쓴다.

코트니 몬스마 미국에서 촬영하던 중에 최종 캐스팅 전화를 받았다. 지금 <위키드> 투어에 언니가 함께하고 있다.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기뻤지만 한편으로 속이 헛헛했다. 그러다 언니까지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진짜 행복을 체감했다. 나는 그날그날 내가 느끼는 결핍이나 빈틈을 계속 파고든다. 마음이 축 처지는 날에는 텐션을 올릴 음악을 듣거나 무대에 섰을 때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물리치료를 받는다. 종합적인 결과의 평균치가 올라갈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편이다.

- 셰리든 애덤스는 호주부터 한국까지 약 400회의 무대에 올랐고, 코트니 몬스마는 호주, 싱가포르, 한국 등 투어를 이어오고 있다. 국가별로 관객 반응과 성향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듯한데 한국 관객의 반응은 어떻게 느끼나.

셰리든 애덤스 한국 관객은 무대에 대한 존중이 크다. 어떤 국가에 가면 넘버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곤 하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럴 때면 드라마가 조금 끊기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관객은 이야기가 흐름을 타고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박수를 터뜨려주신다. 특히 커튼콜이 되면 모두가 일어나 말 그대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친다. 살면서 이 정도의 박수는 처음 받아봤다. 이 이야기를 나 혼자가 아닌, 모든 관객과 함께 즐기려는 태도가 그대로 느껴진다.

코트니 몬스마 유머를 이해하는 힘도 무척 좋다. 자막을 읽지 않아도 코미디 신에 굉장히 빠르게 반응해주신다. 코미디 자체가 인류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한번의 웃음을 위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해학을 이해하는 지점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으로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무척 안전하게 느껴진다. 마음 놓고 공연할 수 있다. (웃음)

- 현재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연일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마침 작품의 주무대인 한국에 와 있는데.

셰리든 애덤스 내가 진짜 <케데헌>에 빠져 있다! (웃음) 너무너무 좋다. 다른 일정이 있을 때에도 분장 시간에는 꼭 <케데헌> 노래를 틀어놓는다. 이 시점에 내가 한국에 있다니! 너무 흥분된다.

코트니 몬스마 계속 추천을 받았는데 아직 못 봤다.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들었다. 빨리 보고 싶다.

셰리든 애덤스 이제 넷플릭스 전체에서 1위라고! 후속이 나온다던데 빨리 나오면 좋겠다. 무엇보다 한국을 경험 중인 사람으로서 한국인의 시각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 얼마 전에는 목욕탕에도 다녀왔다. (웃음) 호랑이랑 까치도 너무 귀엽고. 서울에서 지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 글린다에게 묻고 싶다. SNS로 타인과의 삶을 자주 비교하고 불안이 잠식하는 요즘, 글린다의 자신만만함, 주눅 들지 않음, 자기애는 어떤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코트니 몬스마 개인적인 내면의 불안감이나 결핍을 갖고 당당한 글린다를 연기하는 게 무척 부담됐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글린다와 가까워지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겉으로 자신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주눅 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그리고 그 용기는 나다움, 나를 향한 진실된 에너지에서 출발한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모두 자기 방식대로 아름다워진다.

- 엘파바는 태생적으로 결핍과 역경을 갖고 타고났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힘으로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온전히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에게 엘파바는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셰리든 애덤스 엘파바는 독특한 겉모습으로 차별을 받는다. 그래서 초반에는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Defying Gravity>에도 그런 가사가 있다.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랑을 잃을까봐.” 이 가사를 내뱉는 그 순간 엘파바는 깨닫는다. 받아들여지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감추는 순간 모든 것이 의미 없어진다는 것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타인의 욕망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바라는 것에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 11월 부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위키드>의 지방 최초 내한 공연으로 무척 뜻깊다.

셰리든 애덤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마스코트 해치와 사랑에 빠졌다. 부산에는 갈매기 마스코트가 있다던데 꼭 그 티셔츠를 입고 부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웃음)

코트니 몬스마 드디어 아름다운 바다의 도시에 간다니! 너무 기쁘다. (웃음) 공연도 너무 설레고, 부산의 풍경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