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는 청춘의 무상한 시간이 품고 있는 깊은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고등학교 문화제 공연을 3일 앞두고 부상과 보컬 탈퇴로 위기에 처한 여학생 밴드가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을 새 보컬로 영입해 블루하츠의 곡을 연습하려 한다. 급조된 밴드의 고군분투는 덧없는 일에도 전력을 다하는 청춘의 열기를 실어나른다. 나른한 연습실에서의 대화, 무대 뒤의 긴장감, 그리고 날뛰는 충동으로 점철된 공연 장면이 교차하는 동안 송과 친구들의 서툰 우정은 음악을 매개로 기어코 따뜻한 교감을 이끌어낸다.
줄거리보다 틈새 시간의 순도가 빛나는 영화들이 있다. 21세기에 각인된 학교물 <린다 린다 린다> 역시 별것 아닌 시간들에 힘입는다. 밴드 4인의 그룹숏, 무심한 롱테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집단적 에너지를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해도 좋다. 다정한 유머와 정적인 여운을 무심히 배합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시도는 영화를 10대 밴드의 공연 준비기로 섣불리 수렴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개성을 지닌 인물들의 유대를 펼치는 영화는 역설적으로 시의적절한 당대의 이야기일수록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관계의 본질에 가닿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2025년에 다시 만나는 <린다 린다 린다>는 과장된 재현으로 소비되어온 ‘청춘’을 의심했던 일군의 관객이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유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린다, 린다, 린다!’를 흥얼거리다보면 순수와 치기가 뒤섞인 청소년기의 마음이 미묘한 무늬로 되살아나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