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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림자 지는 오후, 교실 풍경은 그리운 여름 소다맛, <썸머 블루 아워>

이제 막 사진전을 연 쑤밍이(정여희)는 필름 카메라 셔터와 함께 2013년 여름으로 돌아간다. 등굣길 아침마다 동선이 겹치는 옌리야오(시백우)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쑤밍이는 멀찍이 그의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키워온다. 다소 왈가닥 구석이 있는 그는 교복 치마 아래 체육복 바지를 입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보수적인 학교는 그를 두고 복장불량이라 지적하고, 이를 지켜본 옌리야오만이 그에 대항하는 시위를 연다. 빠르게 가까워진 둘. 옌리야오는 제안 섞인 고백을 한다. “이유는 묻지 말고 졸업 때까지 사귀자”고. 푸른 잎사귀, 길어진 오후 그림자, 느슨한 바람 등 여름 풍경을 가지런히 배열한 <썸머 블루 아워>는 간질거리는 풋사랑의 맛을 아름답게 펼쳐낸다. 쑤밍이의 묵중한 가족사나 청옌(임자굉)과의 우정 등 한데 뒤섞이기 어려운 주제들이 한꺼번에 나열되기도 하지만, <상견니>의 애절함을 통과한 배우 시백우의 소년미가 무척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