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는 언제쯤 끝날까. 여름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산뜻한 바람을 맞이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계절로서 짓궂게 서 있을 뿐이다. 피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 비로소 미풍을 껴안게 된 청춘들의 이야기인 <남색대문>이 7월 마지막 주에 다시 열린다. 2002년 대만 개봉 이후 한국에서는 영화제와 기획전을 통해서만 소개되다가 2021년 8월 국내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지 4년 만이다.
대만 청춘영화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 작품의 재개봉을 맞아 주연배우 계륜미도 12년 만에 내한 소식을 알렸다. 그는 8월8일과 9일 무대인사와 GV 행사에 참여해 자신의 데뷔작에 얽힌 추억을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남색대문>에 출연한 경험을 두고 “인간 본성에 대해 더 다양하고 관용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밝힌 계륜미의 고백은, 그가 연기한 주인공 커로우의 성장을 지켜본 관객이 새겼을 법한 감상과 맞닿아 있다. 17살 커로우는 동성 친구 위에전(양우림)을 친구 이상으로 바라보게 됐지만 위에전의 시선은 남학생 장시하오(진백림)를 향해 있다. 커로우는 수줍은 위에전을 대신해 장시하오에게 다가가고, 장시하오는 그런 커로우가 궁금해진다. 두 소녀와 한 소년이 그린 삼각형은 제법 익숙한 모양새다. 시대를 불문하고 하이틴 로맨스의 단골 소재로 쓰였으니까. 다만 이 영화는 짝을 짓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선으로 연결됨으로써 선명해지는 꼭짓점 하나하나를 보듬는다. 마음이 엇갈리는 동안 풍경은 애틋해진다. 스크린을 채운 타이베이의 여름 안에서, 너를 통해 나를 알아가던 시절의 낙서를 재발견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