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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선댄스와 칸영화제, 배리 젱킨스의 픽 <리, 베이비>

A24가 배급하는 에바 빅터의 희비극, <리, 베이비>

A24의 화제작 <소리, 베이비>가 지난 6월 뉴욕과 LA에서 제한 개봉한 데 이어 지난 7 월18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했다. <소리, 베이비>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직후 제78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의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고, A24가 800만달러로 배급 판권을 구입하면서 주목받았다. 아그네스(에바 빅터)는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힌 여자다. 하지만 오랜만에 옛 친구 리디(나오미 애키)를 만나면서 정체된 지난 삶을 돌아본다. 영화는 이토록 간단한 줄거리를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과 같은 비선형 플롯으로 재편하며 서스펜스의 층위를 쌓아올린다. 이는 작가 겸 감독인 에바 빅터의 공이다. 빅터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에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심리를 세심하고 솔직하며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희비극을 만들어냈다. 반려 동물, 솔푸드, 그리고 친구까지. <소리, 베이비>는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다면 하루하루를 견딜 용기가 자라고, 시간이 흐르면 상처도 아문다는 진리를 가르쳐주는 영화다.

에바 빅터의 인생은 그녀의 SNS를 <문라이트>의 배리 젱킨스 감독이 먼저 팔로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빅터는 젱킨스로부터 “장편 작품을 집필하게 되면 꼭 우리 제작사에 먼저 보내달라”는 제안을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받았다. 젱킨스는 이미 수년간 신인감독 발굴과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빅터의 연출가 자질을 미리 알아보고 그녀가 메가폰까지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젱킨스는 반년 남짓한 포스트프로덕션 기간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흥미로운 트리비아 하나. 에바 빅터 감독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감독으로 이창동, 켈리 라이카트, 하마구치 류스케 등을 언급했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밀양> 이 자신의 영화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고, 두 작품을 볼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의 흔적을 찾으며 <소리, 베이비>를 감상해도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