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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쏟아지는 다자 인생담, 벤치는 외롭지 않아, <엣 더 벤치>

한때 공원이었던 공간에 이제 작은 벤치 하나만 남아 있다. 이 벤치는 꽤 인기가 많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이별을 말하는 커플과 그 사이를 무심코 끼어드는 아저씨, 노숙인이 된 언니와 그를 찾아온 동생, 그리고 벤치를 없애려는 공무원들까지 찾아와 외롭지 않다. <엣 더 벤치>는 <초속 5센티미터>의 실사판을 연출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신작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한 회고와 시시한 농담,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SF적 상상력이 넘치는 장광설이 영화 끝까지 이어지며 공간 변화 없이도 다채롭다는 인상을 남긴다. 대사 곳곳에 유머가 깃들어 있지만 해질 무렵이란 공통된 배경이 아스라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쓸쓸함을 더한다. 출연배우 모두가 각자의 에피소드를 성실히 책임지는데 그중 1편을 맡은 히로세 스즈의 담담한 연기가 가장 인상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