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겠지?” 척수장애가 있는 은진(김시은)이 예기치 못한 임신을 마주하고 남편 호선(설정환)에게 꺼내는 첫마디다. 어떤 삶의 선택은 무수한 선입견과 책임감의 중량을 감당해야 한다. 사고로 인한 장애로 낯설어진 몸을 받아들였던 은진은 이제 ‘둘’이 된 자신을 놓고 성찰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서 주목받은 성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 둘 사이에>는 출산을 위한 레이스가 아니라 한 여성의 내적 성장과 자기 이해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로, 머뭇거림의 시간을 쉬이 걷어내지 않기에 미덥다. 휠체어 높이의 시야에서 설계된 화면과 배우 김시은의 맑은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은 인물의 마음이 가장 연해진 구석으로 초대받는다. 영화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 동료 산모 지후(오지후)와의 관계 속에서 의외의 빛과 긴장을 길어올렸다. 두 여성이 각자의 신체적·심리적 여정을 공유하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개성적인 전개를 이룬다.
[리뷰] 장애와 임신이 내 몸의 조건일 때. 둘이 되어 하나를 배우다, <우리 둘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