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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개봉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이것은 엔타운 속 엔타운들의 이야기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시작하고 끝맺는 주인공 아게하(이토 아유미)의 내레이션이 20년 만의 재개봉으로 돌아왔다. 엔타운은 영화 속 가상의 도시다.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리자 각국 이민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모여들었고 엔타운을 만들었다. 이방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엔타운이라 불리며 차별과 가난, 범죄에 노출된 삶을 이어간다. 이곳에서 부모에게 이름조차 받지 못한 채 떠돌던 한 소녀가 상하이 출신의 그리코(차라)를 만나 아게하라는 이름을 가진다. 아게하는 그리코와 페이홍(미카미 히로시), 란(와타베 아쓰로) 등과 함께하며 소박하되 청명한 일상을 보낸다. 다만 이들이 위조지폐 사건에 연루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아게하와 친구들은 일본 도심으로 가게 되고, 그리코는 가수로 성공하지만 아게하는 다시 길을 잃는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러브레터>(1995) 이후 이와이 슌지가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자 컬트적인 인기를 끈 대작이다. 버블경제의 붕괴로 사회와 개인의 파열이 연쇄되던 1990년대 중순 일본, 엔타운이란 가상의 장소는 일본의 추락한 현재를 대리하는 디스토피아의 이미지이자 이와이 슌지가 꿈꾸던 자유의 유토피아이기도 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이 어지러이 뒤섞이며 자아내는 도심의 청각적 활력, 침체한 사회에서도 노래하고 꿈꾸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은 이상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과격한 앵글과 속도의 핸드헬드, 뿌연 빛과 색의 노스탤지어, 로큰롤과 서정의 멜로디가 교차하는 이와이 슌지의 감성적 스타일이 엔타운이란 세계관에 집약된 것이다. 한 시절의 각인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