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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욕망과 도덕의 야생에서 솟이난 고귀한 독버섯처럼, <미세리코르디아>

고향 마을로 돌아온 남자 제레미(펠릭스 키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알랭 기로디의 신작은 표면적으론 실종 사건을 다루는 범죄스릴러지만, 실상은 정체된 공동체에 감돌기 시작한 성적 충동이 우스꽝스럽게 재연된 한편의 꿈 같다. 영화는 동네 빵집을 운영하던 남자의 장례식으로 시작해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죽음과 그 이면에 얽힌 욕망을 들춘다. 제레미는 남편의 죽음 이후 혼자 남은 마르틴(카트린 프로)의 집에 머무는데, 그의 아들 뱅상(장바티스트 뒤랑)은 이를 못마땅해하고 이웃 친구 왈테르와의 관계도 경계의 대상이 된다. <미세리코르디아>는 포괄적 의미의 ‘퀴어’ 시네마다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기로디는 폭력과 성적 긴장 사이를 기괴한 유머로 잇고, 돌출적인 사건과 정서를 이보다 더 태연할 수 없는 무표정으로 제시한다. 도덕의 제약을 비껴선 인간의 정동이 자비를 뜻하는 제목과 함께 은밀한 자취를 남기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