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제작자, 양조장 직원, 염부, 재활용 공장노동자, 전파사 주인, 프리랜서, 식당 주인, 사무직 종사자, 육아휴직 중인 여성 등 <일과 날>은 9명의 출연자들의 일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혹은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온 박민수, 안건형 감독이 협업한 영화로 수년간의 취재 기록이 담겼다. 유사한 주제의 다큐멘터리가 그러하듯 화면 밖의 연출자와 출연자가 대화하는 구도를 취하는 대신 <일과 날>은 출연자의 일터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이들의 업무를 지켜본다. 이 과정은 원테이크로 촬영됐으며 하나의 숏 안엔 한명의 출연자가 담겼다. 개개인의 내레이션을 통해 업무에 부여된 노고와 일을 대하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카메라는 필요 이상으로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진 않는다. 이들의 일터를 바라만 볼 뿐 함부로 판단하진 않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거리감이다. 대상과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내밀한 고민부터 사회문제까지 아우르는 다큐멘터리다.
[리뷰] 반복된 일과, 어쩌면 인간다움을 느낄 마지막 보루, <일과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