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륙 한복판에 누군가 빠른 속도로 추락한다. 그는 생애 처음 패배를 맛본 슈퍼맨(데이비드 코렌스웨트)이다. 메타 휴먼의 최강자인 그는 무고한 사람들을 살리고자 보라비아와 자한푸르간의 전쟁에 개입해 참패를 맞이한 것이었다. 그의 행동은 본의 아니게 미국을 대표하는 꼴이 된다. 국제관계에 휘말린 슈퍼맨을 눈엣가시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메트로폴리스의 최대 기업인 루터코프를 운영하는 렉스 루터(니컬러스 홀트)다. 그는 슈퍼맨을 악으로 규정하고 미 국방부를 동원하여 그를 통제하려고 나선다. 이에 합당한 명분이 필요했던 그는 자신의 용병들과 함께 남극에 위치한 슈퍼맨의 비밀 기지에 침투한다. 그곳에서 이들은 슈퍼맨의 부모가 남긴 영상 메시지를 보게 된다. 이들은 이 메시지의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고 충격에 빠진다. 메시지의 내용이 슈퍼맨에게 인간을 도우라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렉스는 방송을 통해 이를 폭로한다. 엄청난 크기의 괴물을 무찌른 후에 이 소식을 접한 슈퍼맨은 충격에 휩싸인다. 그간 쌓아올렸던 선한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을 맞이한다.
<슈퍼맨>은 잭 스나이더가 이끌었던 DC 확장 유니버스를 리부트한 제임스 건의 DC 유니버스 속 첫 번째 영화다.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를 아우르는 DC 유니버스의 첫 번째 챕터인 ‘신들과 괴물들’에서 <슈퍼맨>은 첫 번째 작품인 애니메이션 <크리처 코만도스> 시즌1 다음 순서에 놓인 작품이다. 제임스 건 특유의 펑키한 터치가 느껴지는 이번 <슈퍼맨>은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작품은 아니다. 우연이겠지만 현실과 닮은 영화 속 국제 정세 속에서 중재자의 위치에 놓인 슈퍼맨은 자신의 윤리관에 대해 고심한다. 영화 초반에 이에 대해 로이스 레인(레이철 브로즈너핸)과 인터뷰하는 장면은 상당히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슈퍼맨은 클라크 켄트란 이름으로 데일리 플래닛의 기자로 살아가기에 자신의 행동과 보도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며 갈등한다. <슈퍼맨>은 화려한 빌런과 액션만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는 각본의 탄탄함을 저 대화 신으로 증명한다. 이것이 슈퍼맨이 겪는 대외적인 갈등이라면 본질적인 갈등은 바로 부모다. 슈퍼맨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부모다. 그의 비밀 기지에서 상영되는 것은 슈퍼맨을 지구에 보내면서 부모가 남긴 영상 편지다. 부모의 뜻대로 살아왔던 슈퍼맨의 정신적인 독립 과정이 영화에 그려지고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이외에도 <슈퍼맨> 엔 다양한 캐릭터와 볼거리가 넘쳐난다. 슈퍼맨을 도와 세상을 구하는 저스티스 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미스터 테리픽(에디 가테지)의 엄청난 지능과 첨단 장비가 눈에 띈다. 그는 주머니우주가 붕괴되기 시작할 때부터 엄청난 활약을 보인다. 여기서 주머니우주란 렉스가 개발한 또 하나의 우주로 렉스의 실험실이자 감옥이다. 슈퍼맨 역시 이곳에 갇힌다. 이때 이곳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스터 테리픽과 더불어 슈퍼맨이 데리고 있는 슈퍼도그 크립토의 활약이 눈부시다. 주머니우주가 붕괴하면서 현실 세계마저 붕괴되기에 이르며, 영화는 도시 전체가 반으로 갈라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close-up
슈퍼맨에게 있어 비상과 추락은 그를 대표하는 몸짓이다. <슈퍼맨>에서 이를 멋지게 다룬다. 슈퍼맨을 추락시키는 영화의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눈에 파묻힌 슈퍼맨이 휘파람을 불자 저 멀리서 눈보라를 일으키며 누군가가 달려온다. 바로 슈퍼도그 크립토다. 얼음기둥이 저 멀리서 솟구쳐 오르기 시작하고 비밀 기지가 위용을 드러낸다.
heck this movie
<슈퍼맨>은 흔히 우리가 슈퍼맨을 떠올릴 때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익숙함을 선사한다. <맨 오브 스틸>은 완전히 다르다. 어둡고 진지한 톤으로 슈퍼맨을 신화적으로 구현한다.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인간으로 살아가는 슈퍼맨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영화는 그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고뇌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슈퍼맨>은 고독한 단독자로서 슈퍼맨의 성장 서사를 그린 <맨 오브 스틸>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