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넷플릭스 7부작 | 연출 최성은 | 출연 소지섭, 허준호, 공명, 정건주, 추영우, 안길강, 이범수 | 공개 6월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방어에 급급한 K누아르라는 폼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자취를 감춘 해결사 남기준(소지섭). 어느 날 동생 기석(이준혁)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자신이 떠나온 조직 ‘주 운’의 후계자였던 동생의 죽음에 음모가 있음을 직감한 그는 청부살인의 계보를 추적해나간 다. 그 끝에서 드러나는 이름은 ‘봉산’의 후계자 구준모(공명). 11년 전, 국회의사당 광장 앞에서 벌어진 혈투 이후 암흑 세계를 양분해온 두 조직 사이에서 기준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다시금 광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그 과거를 가능하게 했던 권력 전체에 맞서기 위해 피로가 묻어나는 굽은 어깨와 무심한 눈빛의 소지섭은 주인공의 스산한 존재감을 피지컬에서부터 드러낸다. 동명의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을 고려한 외형적 구현은 인상적이지만 그가 수행하는 액션이 기준의 이미지와 서사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일대다 액션과 과거를 설명하는 보이스오버는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되풀이되며, 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특성과 묵직한 피지컬을 결합해 구현할 수 있었던 뻔하지 않은 액션은 찾아볼 수 없다. 한편 공명과 정건주 등 젊은 배우들은 안정적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특히 이범수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에 날을 세우며 베테랑의 면모를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광장>은 원작 기반 드라마가 시도해볼 법한 독창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검찰)정치, 폭력 그리고 권력을 잘 버무린 또 한편의 양산형 누아르가 되었다. 복수의 대상과 그 방식을 기대하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식 전개를 따르고 있지만 ‘K적인 것’의 인기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베네핏을 그 이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 철저히 방어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 남지우 객원기자
<젊음의 샘>
Apple TV+ | 감독 가이 리치 | 출연 존 크러진스키, 내털리 포트먼 | 공개 5월2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액션은 외부로, 감정은 내부로 흐르는 이중 모험
미술관 큐레이터 샬럿(내털리 포트먼)은 친오빠 루크(존 크러진스키)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된다. 오랜 만에 나타난 루크가 미술품을 훔쳐 달아나버렸기 때문. 명예 회복을 위해 쫓아간 자리에서 오빠에게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는다. 마시기만 하면 건강이 회복된다는 ‘젊음의 샘’을 찾는 중이라는 것.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이 가는 걸 멈출 수 없다. 가이 리치의 신작 <젊음의 샘>은 감독 특유의 거칠고 유쾌한 터치가 녹아든 어드벤처영화다. 태국, 영국, 이집트 등 세계 각국의 유적지를 무대로 흙먼지 나는 액션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즐겨본 관객이라면 무난히 빠져들 만하다. 다만 독창적인 미장센이나 기발한 서사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숨겨둔 보물은 관계 회복이다. 상극처럼 지내온 남매가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 나가는 과정이 따스한 여운을 남긴다. / 이유채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디즈니+ | 감독 댄 트랙턴버그, 조슈아 와성 목소리 출연 린지 러밴치, 루이스 오자와 장젠, 릭 곤잘레즈, 마이클 빈 | 공개 6월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1천년 전의 네가 나를 구하리
세개의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전사들이 만난다. 바이킹 여왕 우르사(린지 러밴치)는 아버지를 살해한 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에도시대 일본에서 켄지(루이스 오자와 장젠)는 동생과의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나 추방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해군 조종사 존 토레스(릭 곤잘레즈)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항공기로부터 기습당한 다. 세 인물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건 SF 괴수물의 고전 <프레데터> 시리즈의 우주적 세계관이다. <프레이>(2022)를 통해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은 댄 트랙턴버그 감독이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을 공동 연출하여 새로운 세대를 위한 입문서이자 올해 11월 개봉할 <프레데터: 죽음의 땅>을 위한 강렬한 프롤로그를 완성했다.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시간과 문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얽히고, 결국에는 왜 서로 힘을 보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공동체의 운명을 사유하려는 시도가 특징적이다. / 남지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