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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머니의 금기에 반기를 들기엔 다소 헐거운 매듭, <네버 렛 고: 악의 끈>

깊은 숲속 외진 오두막에 서로의 몸을 밧줄로 동여맨 채 사는 모자가 있다. 엄마(핼리 베리)는 두 아들에게 집 밖에는 악령이 도사린다고 가르친다. 아이들도 밧줄을 붙잡는 한 악마가 해치지 않으리라는 어머니의 규율을 성실히 따른다. 그러나 냉혹한 겨울과 기근이 찾아오자 가족간의 견고했던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아들 놀란(퍼시 대그스 4세)이 밧줄을 끊고 식량을 구하러 나선 것이다. <크롤> <나인스 라이프> 등을 연출한 알렉상드르 아야의 신작이다. <버드 박스>나 <콰이어트 플레이스>처럼 저주받은 세계를 향한 부모의 규율이 가장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한다. 규칙을 위반하면 이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기존 공식과 달리 어머니의 공포를 향한 끊임없는 의심이 영화의 주된 동력이다. 끝까지 허구의 정신착란과 실재의 저주 사이를 오가려는 연출가의 집념이 돋보이지만, 난삽하고 헐거운 전개가 그 야심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