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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자기계발서 백권 읽기보다 나은 갓생 다짐 호러, 킹받음의 미학 그 자체!, <사유리>

카미키 가족은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단독주택에 입주한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은 얼마 못 가 산산조각이 난다. 집을 떠도는 원귀 사유리가 밤마다 가족을 한명씩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학생인 노리오(미나미데 료카)는 학교 친구인 스미다(곤도 하나)의 도움으로 사유리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날 밤 일가족이 몰살당하고 노리오와, 태극권 사범이었지만 지금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하루에(네기시 도시에)만 살아남는다. 다음날 아침 하루에가 급작스레 각성한다. 록을 틀고 히피 차림을 한 그녀는 노리오를 데리고 사유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지옥 훈련을 시작한다. <사유리>는 <사다코 대 카야코>로 J호러의 명맥을 잇는 시라이시 고지 감독이 오시키리 렌스케의 동명 호러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귀신 들린 집’ 클리셰를 전복하는 원작의 흥미로운 구성을 따른다. 원작과 달리 태극권 등 몇몇 설정을 덧대고 디테일과 후반부의 전개를 수정했다. 1부에서는 J호러의 공식을 답습하되 점프 스케어를 배제해 J호러의 전형성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2부에서는 장르가 하루에의 훈련을 중점에 둔 열혈물 장르로 전환되면서 뜻밖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슬픔에 침잠할 시간에 생명력을 길러야 한다는 하루에의 대사는 히키코모리 등 영화 속 여러 사회적 문제와 공명하면서 위로를 안긴다. 가끔 처지는 속도감과 후반부의 만화적인 톤에 비해 과감하지 않은 연출이 아쉬우나 열혈물과 청춘 멜로, 코미디, B급영화, 고어 등 온갖 장르의 이종교배가 만드는 컬트적인 정서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 네기시 도시에의 연기도 영화의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