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과 메이 자매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이 태어난 1970년대는 중국에서 산아제한정책이 시행되던 때다. 둘째 딸 메이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숨어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란 메이는 성인이 돼 세계 각국의 문화가 뒤섞인 로마 에스퀼리노의 중국 음식점 ‘금지된 도시’에 취직한다. 에스퀼리노는 세계의 만물이 거래되는 빅토리오 광장이 위치한 다문화의 교두보다. 이곳에서 메이는 셰프 마르첼로와 특별한 관계로 얽힌다. 마르첼로는 과거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식당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찾고 있다. 메이 역시 금지된 도시에서 잃어버린 언니를 찾기 위한 여러 단서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가족을 찾아 나서는 여정 중에 이탈리아 사회에서 중국계 이민자들이 겪는 갈등과 고통을 마주한다.
영화 <금지된 도시>는 <지그 로봇이라고 불렀다>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가브리엘레 마이네티 감독의 신작이다. <지그 로봇이라고 불렀다>는 슈퍼히어로 장르영화를 이탈리아 특유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춰 각색했다는 점에서 공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신인 시절부터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인 만큼 이번 <금지된 도시>에도 새로운 시도가 가득하다. 이를테면 이탈리아의 유명 뮤지션인 미나, 데 안드레, 패티 브라보의 명곡을 중국어 가사로 재편해 작품의 다문화성을 살리는 시도는 마이네티만 할 수 있는 연출일 것이다. 한편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감독의 시선은 여전하다. <지그 로봇이라고 불렀다>가 사회적 약자에 쉽게 노출된 빈곤과 범죄 문제를 슈퍼히어로와 교차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쿵후를 경유해 이민자들이 겪는 소외와 차별을 정면으로 다루며 미디어가 가려온 이민자의 영역을 정면으로 탐구한다. 따라서 관객은 사회가 자행하는 소수자 배척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고, 이민자들의 정착 및 공생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은 한 지역에 모여 살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이해한다. 그 과정에서 메이는 가족을 찾고 자신을 찾아간다. 그곳이 어디든 각자가 처한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