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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밤빛' 산 속에서 삶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남자에게 아들이 찾아온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희태(송재룡)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홀로 산속에서 생활한다. 산속의 버섯을 채취해 판매하는 것이 업인 희태는, 매일 산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하루를 채운다. 그러던 중 아내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고, 이후 한번도 본 적 없던 아들 민상(지대한)이 희태를 찾아온다.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골이지만 민상은 산골의 조용한 생활에 조금씩 적응한다. 희태의 일상에 민상이 섞여 들면서 적적하고 단조롭던 희태의 삶도 생기 있게 빛나기 시작한다.

영화 <밤빛>은 단편 <콘크리트> <랜드 위드아웃 피플> 등을 연출한 김무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인제의 자작나무 숲과 방태산, 태백의 함백산 등 영화 속 주요 공간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산은 삶과 죽음의 중간 단계로 설정돼 죽음을 앞둔 희태의 위태로운 상황과 이어진다. 황폐한 겨울산과 생명력 넘치는 여름산의 모습을 부자의 관계와 엮어 대조적으로 표현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그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희태와 뒤를 따르는 민상의 그림은, 강렬한 대사 없이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호흡이 길어 지루하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여백을 계속해서 살피고, 두 인물의 행보를 따라가고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초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