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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일단 뛰어>의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파랑, 노랑, 빨강. 사진 촬영을 위해 의상을 세번씩 갈아입었건만,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은 단단히 약속이라도 한 듯 삼색톤의 화음만은 흐뜨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다온 불량스런(?) 고등학교 5학년인 ‘거만한 놈’ 성환, “고모, 이모”들의 전화를 싹싹하게 받아가며 웃음을 선사하는 ‘기생오라비’ 우석, 자신의 인터넷 방송 외엔 만사에 무심한 듯 세상을 “따”시키는 ‘심심한 놈’ 진원. 21억원이 든 돈가방을 들고 좌충우돌하는 <일단 뛰어>의 세 친구처럼, 각각의 개성이 그럴듯하게 맞물린 팀워크를 색채로 드러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세 배우에게 <일단 뛰어>는 각별한 영화다. 시차는 있지만, “뭘 잘 모른 채” <카라>와 <화산고>로 얼떨떨한 신고식을 치른 송승헌권상우에게는 내심 별러온 두 번째 영화. <순애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 출연작 편수는 셋 중 가장 많지만 스크린 체류 시간은 짧았던 김영준에게는 첫 주연급 영화다. 스물일곱의 조의석 감독을 필두로 서른 전후의 젊은 스탭들과 함께한 현장에서 세 사람은 비로소 맘껏 풀어졌다. “셋이 정말 친한 친구처럼 노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주문에 따라, 권상우의 말대로라면 “너무 놀아서 감독님이 거의 삐칠 만큼” 편안하게 영화에 빠졌다.

송승헌권상우는 모델 시절부터 안면을 튼 동갑내기. 권상우김영준 역시 무명 모델일 때부터 형, 동생 하던 사이다. 송승헌김영준은 <일단 뛰어>에서 처음 만났지만, 모델을 거쳐 스크린보다 TV에서 먼저 활동해온 공통분모 때문인지 세 배우가 어울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촬영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게 영화를 찍고, 감독까지 넷이 술잔을 기울이는 날이 많았다니까. “<달마야 놀자> 때 갈고 닦은 솜씨로 1만원 내기 장기에서 이겼는데 돈을 안 준다”며 송승헌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는 김영준이나, “시사회장에서 권상우 인기가 장난 아니”란 말에 쑥스럽게 웃는 권상우, 연기 변신했다고 놀리듯 추켜세우는 두 사람에게 “내가 태권V냐? 변신하게”라며 농담으로 응수하는 송승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라지만 일단 열심히 뛴 이들은, 좀더 넉넉해진 듯하다. 더 오래 뛰기 위해 호흡을 고를 줄 아는 여유를 보이는 걸 보면, 욕심 또한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