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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아닌> 비선형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카린의 삶을 4개의 나이대로 나누어 되돌아보는 모자이크의 작업

초등학교 교장인 르네(아델 에넬)는 남편과 인공수정을 통해 2세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던 르네에게, 감옥에서 갓 출소한 타라(제마 아터턴)가 찾아오고, 경찰이 들이닥쳐 르네의 본명이 카린으로 밝혀지면서 국면은 빠르게 전환된다. <그 누구도 아닌>은 비선형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카린의 삶을 4개의 나이대로 나누어 되돌아보는 모자이크의 작업이다.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고아처럼 생활한 카린이, 자신에게 돈과 거처를 제공하는 나이 많은 남자들을 전전하는 나날들이 제시된다. 카린을 연기한 배우들- 아델 에넬, 아델 엑사르코풀로스, 솔렌 리곳, 베가 쿠지테크- 은 지금 프랑스영화계에서 가장 시네마틱한 초상들을 모아둔 것 같다. 특히 서사적으로 가장 격정적인 구간인 13살의 카린을 연기하는 신인 솔렌 리곳이 각인된다. 가부장적 남성성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동시에 계속해서 얽매이고, 그 과정에서 방만한 로맨스를 탐닉하며 감정의 혼란을 겪는 어린 여성의 이야기는 <우리의 사랑>(1983)이라는 뛰어난 전례와 비교해볼 만하다. <그 누구도 아닌>의 젊은 배우들은 그 시절 상드린 보네르의 계보를 충실히 이으며 성애와 충동, 자유와 파괴심에 유별난 표현력을 지닌 프랑스영화의 재능을 다시금 증명한다. 전반적으로 강렬한 연기와 정념은 돋보이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묘사하는 일부 장면은 그 의도와 역할이 모호하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